[이한우의 간신열전] [105] 지공
입력 2021.10.20 03:00
공(共)은 ‘더불어’나 ‘함께’로 명확히 번역할 수 있지만 공(公)은 아무리 생각해도 적절한 번역어를 찾을 수 없다. 사전을 찾아보아도 ‘공평하다’나 ‘공변되다’로 돼 있으니 여전히 공(公)은 옮겨지지 않은 것이다. 다만 ‘숨김없이 드러내 놓다’라는 뜻은 공개(公開)의 공(公)과 뜻이 연결되는 정도다.
그럼에도 동양에서는 그 공(公)을 지극히 하는 것을 지공(至公)이라 해서 이른바 성군(聖君), 즉 빼어난 임금이라면 갖춰야 할 첫째 덕목으로 삼았다. 요(堯)임금을 공자(孔子)가 하늘에 비유한 것도 바로 이 지공(至公) 때문이다.
“높고도 높도다! 오직 하늘만이 높디높건만 오로지 요임금만이 하늘을 본받았도다!”
무슨 말인가 하면, 그가 천자의 자리를 자기 자식이 아니라 효자로 이름이 높은 순(舜)에게 물려줬기 때문이다.
동양철학에서 하늘은 저 천체의 하늘이 아니다. 하늘은 비유다. 그래서 천도(天道)나 천리(天理)는 첫째, 특정인에게 치우치지 않고 작당하지 않는다[不偏不黨]는 말이다. 지금 검찰이 대장동 사태를 수사하면서 보여주는 행태가 바로 특정인에게 치우친 것이고 작당하는 것이라 하겠다.
둘째, 하늘은 구석구석까지 남김없이 비춘다. 그래서 ‘숨김없이 드러내 놓다’라는 뜻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까지 검찰의 대장동 수사를 보면 성남시를 압수 수색하면서 정작 성남시장실을 빼놓는 등 뭔가를 숨기는 데 급급하다.
은(殷)나라를 세운 탕왕(湯王)은 인사를 하면서도 “상제의 신하는 숨기지 않겠으니 인재 선택은 상제의 마음입니다”라고 했다. 즉 신하도 자기 신하가 아니라 하늘이 내려준 신하이고 인재 발탁도 제 마음이 아니라 상제의 마음으로 하겠다는 뜻이다. 탕왕의 이런 마음이 바로 지공(至公)이다.
애당초 편당(偏黨)을 노골적으로 내세운 대통령이 고르고 고른 검찰총장이니 지공은 기대하지도 않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공(公)은 유지해야 할 것이다. 그마저 저버리면 공인(公人)이라 할 수 없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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