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만물상] 1타 강사

bindol 2021. 10. 14. 05:17

[만물상] 1타 강사

강경희 논설위원

 

강경희 논설위원 - 조선일보

 

www.chosun.com

입력 2021.10.14 03:18

 

 

‘미스터 트롯’ 경연에도 참가했던 수학 ‘1타 강사’ 정승제씨가 얼마 전 TV 예능 프로그램에 나왔다. 진행자가 “6층짜리 건물이 있고 직원이 70명 정도 된다”고 소개하면서 연 수입을 묻자 “미국 메이저리거 정도의 연봉을 받는다”고 답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강의료, 교재 인세, 유튜브 수익 등을 다 합하면 이 1타 수학 강사의 수입은 메이저리그에서도 고액 연봉군에 속하는 연간 수백 억원일 것이라고 학원가에서는 추정한다.

▶학원가에서 학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강사를 ‘1타 강사’라고 부른다. ‘1등 스타 강사’ 내지는 ‘1번 타자 강사’를 줄인 말이다. 2000년대 들어 강사 한 명이 동시에 전국의 수만 명에게 강의할 수 있는 ‘인강(인터넷 강의)’ 시대가 열리면서 사교육 시장은 무한 경쟁, 승자 독식 구조가 됐다. 귀에 쏙쏙 꽂히게 강의 실력이 뛰어나야 하는 것은 물론, 연예인 같은 외모와 입담도 중요하다.

 

▶피 말리는 경쟁 속에서 승자로 등극한 극소수 1타 강사는 그야말로 ‘걸어다니는 기업’이다. 3년 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320억원짜리 건물을 누군가 대출 없이 현금으로 구입해 화제가 됐다. 그 큰손은 스탠퍼드대 수학과 출신의 1988년생 1타 강사 현우진씨였다. 사회탐구 영역 1타 강사로 손꼽히는 이지영씨는 “2014년 이후 연봉이 100억원 이하로 내려가 본 적이 없다”면서 130억원이 넘게 찍힌 은행 잔액을 공개했다. 부동산, 주식 자산은 포함하지도 않은 주거래 은행 통장 잔액만 그 정도였다.

 

▶대장동 게이트 와중에 국민의힘 대선 예비 후보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대장동 1타 강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민·관 개발의 외피를 쓰고 소수가 수천 억원을 챙겨간 대장동 게이트는 등장인물도 많고 내용도 복잡해서 일반인이 속속들이 전모를 파악하기가 어렵다. 이 복잡한 걸 원 후보가 학원 선생님처럼 소매 걷어붙이고 칠판에 글씨 쓰고 점 찍고 동그라미 쳐가며 쉽고 명쾌하게 설명하는 동영상을 유튜브에 띄웠다. 많은 사람이 그 유튜브를 보고 대장동 게이트를 이해하게 됐다고 한다.

 

▶'수포자(수학 포기)’ 수험생들에게 1타 수학 강사는 수학 공부도 도전해볼 만하다고 마음먹게 해주는 동아줄 같은 존재다. ‘정포’(정치 포기) 국민이 정치권에 기대하는 1타 강사는 그저 어렵고 복잡한 사안을 쉽게 설명해주는 차원에 그치지 않는다. 국민에게 실타래처럼 얽힌 국정 현안의 해법을 제시하는 ‘1타 리더십’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