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만물상] 결선투표

bindol 2021. 10. 13. 05:30

[만물상] 결선투표

배성규 논설위원

 

배성규 논설위원 - 조선일보

 

www.chosun.com

입력 2021.10.13 03:18

 

1974년 프랑스에선 조르주 퐁피두 대통령의 서거로 보궐선거가 치러졌다. 1차 투표에선 사회당의 프랑수아 미테랑이 독립공화당의 지스카르 데스탱에 43% 대 32%로 앞섰다. 하지만 과반수 득표자가 없어 치러진 결선투표에서 데스탱이 1.6%p 차이로 전세를 뒤집었다. 새로 도입된 TV토론의 덕을 보았다. 프랑스 결선투표에서 벌어진 첫 역전극이었다.

일러스트=김도원 화백

 

▶결선투표는 과반수를 얻은 후보가 없을 때 상위 득표자 2명을 놓고 다시 투표하는 제도다. 당선자의 대표성을 높이고 사표(死票)를 방지할 수 있다. 러시아·체코·폴란드·아르헨티나·브라질·칠레 등 수십 국이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선거를 두 번 치러야 하고, 결선에서 승자가 바뀔 수 있어 변동성이 심하다.

 

▶프랑스는 10번의 대선 결선투표에서 승자가 세 번 바뀌었다. 1981년 미테랑은 결선에서 판세를 뒤집으며 7년 전 데스탱에게 당한 아픔을 되갚았다. 1995년엔 우파인 자크 시라크가 좌파인 리오넬 조스팽에게 역전승했다. 일본도 결선투표에서 역전이 일어나곤 했다. 2012년 아베 신조 전 총리는 1차에서 이시바 시게루 전 방위상에게 졌으나 결선에서 역전해 총리 재집권에 성공했다. 우리나라에선 1971년 신민당 대선 경선 결선투표가 유명하다. 당시 40대 기수론을 내건 김영삼 후보가 1차에서 이겼지만, 김대중 후보가 결선에서 뒤집었다. 1차 투표 뒤 승리를 낙관한 김영삼 측이 방심한 사이 김대중 측이 대의원들이 묵는 여관 방을 훑었다고 한다.

 

▶결선투표는 후보 난립을 부른다. 지지율이 낮아도 2등만 하면 역전승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엉뚱한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2002년 프랑스에선 조스팽을 필두로 한 좌파 집권이 확실시되자 좌파 후보가 10명 가까이 난립했다. 이들의 득표율 합계는 60%가 넘었지만 도토리 키 재기였다. 아무도 결선에 오르지 못했다. 황당한 결과에 좌파에선 “결선만 믿고 단일화를 외면한 참사”라고 했다.

 

▶이번 민주당 경선에선 결선투표 실시 여부를 두고 이재명·이낙연 후보가 첨예하게 맞서있다. 이재명 후보가 1차에서 50.29%를 얻었지만 중도 사퇴 후보의 득표를 합치면 49.3%에 그치기 때문이다. 대장동 파문 여파로 마지막 일반 국민 투표에서 이낙연 후보가 크게 이긴 결과였다. 당 지도부는 ‘이재명 당선’을 선언했지만 이낙연 측은 결선투표를 요구하고 있다. 결선투표는 속성상 결과 예단이 어렵다. 자칫 법정 공방까지 갈 수도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이번 결선투표 논란의 결말은 이번 대선 판을 뒤흔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