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산책] 중국 수학책 '구장산술'서 명칭 유래… 16세기 프랑스에서 미지수를 처음 알파벳으로 표시했죠
방정식
▲ 중국 수학서 구장산술이에요. /위키피디아'무게가 같은 금, 은, 납이 들어 있는 주머니 한 개를 84샤티에 샀다. 금 1데벤은 12샤티, 은 1데벤은 6샤티, 납 1데벤은 3샤티일 때, 주머니 속에 들어 있는 금, 은, 납 값은 각각 얼마인가?'
이 문제는 기원전 1650년경에 만들어진 고대 이집트의 '린드 파피루스'에 실린 문제예요. 샤티는 당시의 화폐 단위, 데벤은 무게 단위였어요. 당시엔 상당히 어려운 문제였지만 지금은 간단한 방정식을 만들어 풀 수 있죠. 금, 은, 납의 무게가 모두 같으니 이를 모두 x라고 할 수 있어요. 주머니 안에 있는 금, 은, 납의 가격은 각각 12x, 6x, 3x죠. 주머니 한 개를 84샤티에 샀다고 했으니 12x+6x+3x=84입니다. 21x=84, 즉, x는 4라는 답이 나오죠. 그럼 금, 은, 납의 무게는 모두 다 4데벤입니다. 여기에 금, 은, 납의 가격을 곱해서 각각 48샤티, 24샤티, 12샤티어치씩 들어 있다는 걸 알 수 있어요.
방정식은 이처럼 아주 오랜 옛날부터 실생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용됐어요. 방정식은 미지수를 포함하는 등식으로 이미 알고 있는 값들을 가지고 미지수값을 찾아내기 위해 사용합니다. 방정식이란 용어는 고대 중국의 수학서인 구장산술에서 유래했어요. 구장산술 제8장의 제목이 방정(方程)입니다. 여기서 방(方)은 사각형을 뜻하는데 방정식 여러 개의 계수를 직사각형으로 나열하는 것을 뜻해요. 계수는 미지수 앞에 붙은 수를 가리킵니다. 정(程)은 풀이 과정을 가리키는데, 계수를 더하고 빼서 푸는 것을 의미해요. 현재 연립 방정식을 푸는 것처럼 계수들을 마방진 같은 사각형 틀 안에 써놓고 이리저리 더하고 빼면서 해답을 구했대요.
4000년 전 바빌로니아 시대 점토판에선 이차방정식을 엿볼 수 있어요. 당시 이차방정식은 홍수로 유실된 경작지를 측량하고 세금을 거두기 위해 사용됐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고대의 방정식은 모두 말로 서술돼 있었어요. 우리가 아는 것 같은 현대식 기호 체계를 만든 사람은 프랑스의 수학자 프랑수아 비에트였습니다. 미지수를 알파벳 문자로 나타낸 최초의 수학자였죠.
방정식이 인류의 역사를 바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전기와 자기의 관계를 미지수로 표현한 맥스웰 방정식은 컴퓨터, 텔레비전 등에 사용되는 현대 통신 기술의 발전에 기여했어요. 흐르는 물, 공기 등의 움직임을 방정식으로 표현한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은 자동차, 비행기 등의 유선형 디자인과 대기 현상, 기후변화 예측 등에 활용되죠.
방정식은 우주 개발에도 필요합니다. 2012년 화성에 도착한 화성 탐사용 무인 자동차인 큐리오시티(Curiosity)는 로봇 팔에 달린 카메라로 화성 사진을 찍어 보냈어요. 과학자들은 카메라와 피사체 사이의 거리, 그 지역의 넓이 등을 계산해 지구에서 관찰해선 직접 알 수 없었던 화성의 실제 상태를 추정할 수 있었죠. 과학자들은 그런 계산을 방정식을 만들어서 수행했어요. 인공위성 궤도를 분석할 때도 방정식이 필요합니다.
이광연·한서대 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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