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산책] '하늘·땅·사람은 하나'라는 동양 우주관 담은 수… 단군신화에도 자주 등장한대요
숫자 3
▲ 대종교에서 사용하는 단군 영정이에요. /위키피디아우리는 어떤 수에 종종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를테면 '죽음의 4'나 '행운의 7'같은 것이죠.
우리나라의 건국 설화인 단군 신화에는 유독 숫자 3이 자주 나온답니다. 1281년 고려시대 승려 일연이 쓴 '삼국유사'를 보면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와요.
"환웅이 천하에 뜻을 두고 인간 세상을 탐내어 구하였다. 아버지가 뜻을 알고는 삼위태백(봉우리가 셋인 태백산)을 내려다보니 (중략) 천부인(天符印) 세 개를 주어 인간 세상을 다스리게 했다."
"환웅은 무리 3000명을 거느리고 (중략) 풍백(바람의 신), 우사(비의 신), 운사(구름의 신)를 거느리고 인간 세상의 360여 가지 일을 주관하였다"
단군 신화에서 숫자 3은 단순한 수학적 의미라기보다는 '하늘과 땅과 사람이 곧 하나'라는 동양의 우주관을 담은 상징적인 수라고 할 수 있어요. 우선 이 신화에서는 환웅이 봉우리가 3개인 산에 칼과 거울, 방울 등 천부인 3개를 받아서 내려와요. 여기서 칼은 악한 자를 벌하는 도구이고 거울은 하느님의 얼굴, 방울은 하느님의 목소리를 상징하는 도구라고 해요. 환웅이 거느린 주요 신인 풍백, 우사, 운사가 3명인 점, 하늘로부터 무리 3000명을 데리고 왔다는 점 등도 대표적인 숫자 '3'을 이용한 것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오래전부터 숫자 3을 조화와 화합, 완성을 의미하는 상징수로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민속학적인 측면에서도 숫자 3은 음양(陰陽)의 원리 가운데 '양'을 상징하는 수로 자주 쓰였어요. 특히 과거 전통사회에서는 배 속 아기의 성별을 여자아이에서 사내아이로 바꾸려면 수탉의 긴 꼬리털을 세 개 뽑아 임신부의 요 밑에 몰래 넣어두어야 한다거나, 활줄을 임신부 허리에 매어놓고 석 달 만에 풀면 된다고 했답니다. 1은 아버지, 2는 어머니를 뜻하기 때문에 1과 2가 결합해 생긴 숫자인 3을 아들이라 생각한 거죠.
이 외에도 3은 우리 일상생활에서 격언, 속담 등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는 수이기도 해요. '수염이 석 자라도 먹어야 양반이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중매는 잘하면 술 석 잔, 잘못하면 뺨 세 대' '겉보리 석 되만 있어도 처가살이 않는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내 코가 석 자' '3년상' '만세 삼창' 등이 있죠.
서양에서도 3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 수였습니다. 특히 고대 그리스인들은 숫자 1을 근본, 창조라고 생각했고 숫자 2를 세상과의 통로를 상징하는 수로 보았어요. 그리고 1과 2를 더한 숫자 3을 완전한 수라고 보았답니다.
이광연·한서대 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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