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 남녘 남 橘: 귤 귤 北: 북녘 북 枳: 탱자 지
수질과 풍토에 따라 과실 맛이 달라진다는 말로 인간 역시 주위 환경에 따라 변한다는 뜻이다. ‘귤화위지(橘化爲枳)’라는 말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춘추시대 제나라의 명재상 안영(晏영)이 초나라에 사신으로 가게 되었다. 초나라 영왕이 이 소식을 듣고 곁에 있는 자들에게 “안영은 제나라의 뛰어난 인재인데, 지금 그가 오고 있소. 내가 그를 모욕하려고 하는데 어떤 방법이 좋겠소?”라고 물었다.
곁에 있던 이가 제나라 죄인 한 명을 데려와 제나라 사람인 안영에게 보여줌으로써 부끄러움을 느끼게 하면 어떻겠냐고 했다.
얼마 뒤 안영이 왔다. 영왕은 안영에게 주연을 베풀어 주었다. 주연이 무르익었을 때, 관리 두 명이 한 사람을 포박해 왕 앞으로 끌고 왔다. 영왕이 “포박당한 자는 무엇을 한 사람인가”라고 묻자 관리는 “제나라 사람인데 도적질을 했습니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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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안영을 보고 말했다. “제나라 사람은 정말로 도적질을 잘하는군요.” 그러자 안영이 비유를 들어 “귤이 회남(淮南)에서 나면 귤이 되지만, 회북(淮北)에서 나면 탱자가 된다고 합니다(橘生淮南 則爲橘 生於淮北 則爲枳).”(안자춘추·晏子春秋 내잡하·內雜下 편)라고 했다. 그는 귤과 탱자는 잎이 비슷하지만 과실 맛은 다르다면서, 그 이유는 물과 땅 즉 기후와 풍토의 차이라고 설명했다. 안영은 이에 더해 제나라에서는 도적질이 없었는데 초나라에 오면서 이렇게 나빠진 것이라고 응수했다. 당황한 왕이 웃으며 말했다. “성인은 농담을 하지 않소. 과인이 오히려 부끄럽소.”
제나라 출신 죄수를 안영에게 보여줌으로써 안영의 명성을 눌러 보려던 영왕의 꼼수는 끝내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다. ‘마중지봉(麻中之蓬·삼밭에서 나는 쑥)’이란 말이 있다. 쑥은 보통 곧게 자라지 않지만, 똑바로 올라가는 성질의 마와 함께 자라나면 마처럼 곧게 올라가게 된다는 의미다. 식물도 주변 환경에 의해 성질이 바뀌듯 사람도 주위 사람들에 의해 귤도 될 수 있고 탱자도 될 수 있다.
김원중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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