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134>곡고화과(曲高和寡)

bindol 2021. 10. 29. 04:47

曲: 곡조 곡 高: 높을 고 和: 화답할 화 寡: 적을 과

 

곡조의 수준이 너무 높으면 이해하는 사람이 적다는 의미로, 문장의 품격이 너무 높으면 읽는 사람이 적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말한 것이다.

중국 양(梁)나라 소통(蕭統)이 130권으로 엮은 문장선집인 ‘문선(文選)’의 ‘송옥대초왕문(宋玉對楚王問)’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전국시대 말엽 굴원(屈原)의 제자로서 대표적인 남방 시인으로 손꼽히던 송옥(宋玉)의 문장은 꽤 유명했다. 그러나 문장이 어려워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었다. 글을 읽는 사람도 드물 수밖에 없었다. 초나라 왕이 송옥에게 그런 사실을 비꼬듯 물어보았다.

“대체 무엇 때문에 경의 문장을 읽는 사람이 드문 것이오?”

 

송옥은 비유를 들어 말했다.

 

“어떤 가수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길에서 노래를 부르는데, 하리파인(下里巴人)이란 아주 쉬운 통속 노래를 불렀습니다.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대부분 알아듣고 따라 불렀습니다. 그러나 양아해로(陽阿해露)라는 노래를 부르자 화답하는 사람이 수백 명으로 줄었습니다. 양춘백설(陽春白雪)이란 노래를 부르자 나라 안에서 화답하는 사람이 겨우 수십 명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봉황은 푸른 하늘을 등에 지고 구름 위까지 오르는데 동네 울타리를 날아다니는 참새가 어찌 하늘의 높음을 알겠으며, 곤(鯤)이라는 큰 물고기를 어항 속 작은 물고기가 어떻게 알겠습니까? 선비 중에도 이런 경우가 있지 않겠습니까?”

초나라 왕은 송옥의 말을 듣고 더이상 대꾸하지 않았다. 고상한 예술이 대중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겠지만 대중성보다는 예술성을 선택한 송옥의 뚝심이 빛을 발한다. 물론 둘을 갖고 제대로 된 조화를 이루는 경우도 더러 있기는 하다. 그러나 대중의 기호나 시류에 휩쓸리기보다는 자신의 색깔을 내면서 일관성 있는 작품 활동을 해가는 뚝심이 중요하지 않은가. 시류란 글자 그대로 한순간에 사라지는 불꽃과도 같기에 말이다.

김원중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