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90>변장자호(卞莊刺虎)

bindol 2021. 10. 30. 05:31

卞: 조급할 변 莊: 풍성할 장
刺: 찌를 자 虎: 범 호

변장자자호(卞莊子刺虎)의 준말로, 실력이 비슷한 둘을 서로 싸우게 해 둘 다 얻는 지혜를 뜻한다. 방휼상쟁(蚌鷸相爭), 어부지리(漁父之利), 일거양득(一擧兩得)과 같은 말이다. ‘변장자’는 춘추시대 노나라 대부로 용맹했다고 전해진다. 고사의 유래는 이렇다. 전국시대에 한(韓)나라와 위(魏)나라는 서로 싸운 지 일 년이 지나도록 풀지 못하고 있었다. 진(秦)나라 혜왕이 이 둘을 화해시키려고 하자 신하들의 의견이 분분했다. 마침 진진(陳軫)이란 자가 진나라에 와 있기에, 혜왕이 진진에게 자신의 답답한 심정을 말하면서 계책을 내 달라고 말하자 진진은 이런 비유를 들었다.

 

“일찍이 왕께 변장자라는 이가 호랑이를 찔러 죽인 일을 들려 드린 사람이 있었습니까? 변장자가 호랑이를 찌르려고 하자, 묵고 있던 여관의 심부름하는 아이가 말리면서 ‘호랑이 두 마리가 소를 잡아먹으려고 합니다. 먹어 봐서 맛이 좋으면 분명히 다툴 것입니다. 다투게 되면 반드시 싸울 테고, 서로 싸우게 되면 큰 놈은 상처를 입고 작은 놈은 죽을 것입니다. 상처 입은 놈을 찔러 죽이면 한꺼번에 호랑이 두 마리를 잡았다는 명성을 얻을 것입니다(兩虎方且食牛, 食甘必爭, 爭則必鬪, 鬪則大者傷, 小者死, 從傷而刺之, 一擧必有雙虎之名)’라고 하였습니다. 변장자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고 서서 기다렸습니다. 조금 있으니 정말로 호랑이 두 마리가 싸워서 큰 놈은 상처를 입고 작은 놈은 죽었습니다. 변장자가 상처 입은 놈을 찔러 죽이니, 한 번에 호랑이 두 마리를 잡는 공을 세웠다고 합니다.”(사기 ‘장의열전’)

혜왕은 결국 이 두 나라가 자신들의 눈앞의 이익에 함몰돼 대세의 흐름을 파악하지 못하리라고 확신하고는 이들을 화해시키지 않았다.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큰 나라는 타격을 입었고, 작은 나라는 멸망하고 말았다. 혜왕은 이틈에 군사를 일으켜 큰 나라를 크게 쳐부쉈으니, 사태의 추이를 관망하다가 크나큰 성과를 얻게 된 것이다.

 

김원중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