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71>와각지쟁(蝸角之爭)

bindol 2021. 10. 30. 05:52

蝸: 달팽이 와 角: 뿔 각 之: 어조사 지 爭: 다툴 쟁

 

명분도 없는 부질없는 싸움이나 별 성과가 없는 전쟁을 비유한다. 와우각상쟁(蝸牛角上爭)의 준말이며 와각상쟁(蝸角相爭) 와우지쟁(蝸牛之爭)과 같다. 장자 ‘칙양(則陽)’편에 이런 내용이 있다. 전국시대 위(魏)나라 혜왕(惠王)이 제나라 위왕(威王)과 맹약을 했으나 위왕이 배반하자 혜왕은 노여워하여 자객을 보내 그를 찔러 죽이려고 했다. 당시 이 말을 들은 공손연(公孫衍)이 만승의 군주가 필부를 보내 원수를 갚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므로 군사를 일으켜 정당하게 공격하라고 하였다. 계자(季子)라는 자는 전쟁을 일으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공손연의 의견에 반대했고, 화자(華子) 역시 공손연과 계자의 의견이 모두 잘못됐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이들의 논쟁이 계속될 뿐 결말이 나지 않자 혜왕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이때 혜시(惠施)가 현인 대진인(戴晉人)을 천거하여 혜왕과 만나게 했다. 대진인이 달팽이를 아느냐고 묻자 혜왕은 그렇다고 했다. 대진인은 이런 황당한 이야기를 한다.

 

“달팽이의 왼쪽 뿔에 있는 나라는 촉씨(觸氏)라 하고, 오른쪽 뿔에 있는 나라는 만씨(蠻氏)라고 했습니다. 때마침 ‘이들이’ 서로 영토를 놓고 싸워서 주검이 몇 만이나 되게 즐비했고 도망가는 군대를 쫓아갔다가 십오 일이 지난 뒤에야 돌아왔습니다(有國於蝸之左角者曰觸氏, 有國於蝸之右角者曰蠻氏, 時相與爭地而戰,伏尸數萬, 逐北旬有五日而後反).”

말도 안 된다는 혜왕의 말에 그는 천지 사방 위아래의 공간에 끝이 있느냐고 되물었다. 혜왕이 없다고 하자 그의 말은 이어진다. “무한한 공간에서 노닐게 할 줄 알면서, 이 유한한 땅을 돌이켜본다면 이 나라 따위는 있을까 말까 할 만큼 아주 하찮은 것이 아니겠습니까?” 고개를 끄덕이는 혜왕에게 대진인은 위나라나 제나라도 겨우 촉씨와 만씨처럼 별 볼일 없는 그런 미미한 존재에 불과하다고 쐐기를 박았다. 결국 전쟁은 없던 일로 되어 버렸다. 시인 백거이도 “달팽이 뿔 위에서 무엇 때문에 다투는가(蝸牛角上爭何事)-‘대주(對酒)’”라고 했듯이 하잘것없는 다툼을 버리고 대범하게 살아가는 것도 괜찮다.

 

김원중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