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65>신인즉제어인(信人則制於人)

bindol 2021. 10. 30. 06:00

信: 믿을 신 人: 사람 인 則: 곧 즉
制: 제어할 제 於: 어조사 어 人: 사람 인

 

다른 사람을 함부로 믿지 말라는 말로, ‘군주의 우환은 남을 믿는 데서 비롯된다(人主之患在於信人·한비자 비내(備內)편)는 구절 뒤에 나온다. 한비는 이 편에서 이런 비유를 들었다. “수레를 만드는 사람은 수레를 만들면서 남들이 부귀해지기를 바라며, 관을 짜는 사람은 관을 만들면서 남들이 요절해 죽기를 바랄 것이다(輿人成輿, 則欲人之富貴, 匠人成棺, 則欲人之夭死也).

한비의 이 말은 수레를 만드는 사람이 인자한 것도 아니고, 관을 만드는 사람이 악한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단지 이들은 이익이라는 목표를 향해 추구하는 방법이 다를 뿐이다. 후비나 부인이 자신 슬하의 자식이 군주가 되기를 바라는 것도 자신들이 세운 군주를 통해 이익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그러고는 다시 이런 비유를 들었다.

왕량(王良)이 말을 사랑하고 월나라 구천(句踐)이 사람을 아꼈던 것은 전쟁에 출전시켜 잘 타고 달리게 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이고, 의사가 환자의 고름을 뽑아내기 위해 상처를 빨아서 나쁜 피를 입 안에 머금는 것은 그 환자와 골육의 정이 있어서가 아니라 이익을 얻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한비가 사람의 마음을 극단적으로 재단한 것이 아니냐고 하겠지만 역사 속에서 바라본 엄연한 현실이기도 하다.

 

이런 맥락에서에 다음의 말은 이를 잘 설명해준다. “일이 일어나 이익이 발생할 경우에는 그 일에서 이익을 얻는 자가 주재자이고, 그것이 해로움을 준 경우라면 반드시 이익을 얻은 자를 살펴야 한다(事起而有所利, 其尸主之, 有所害, 必反察之·한비자 내저설하(內儲說下)편).”

 

모든 일은 상대적으로 존재한다. 한쪽이 손해를 보면 또 다른 쪽은 이익을 보게 되는 것이 세상 이치다. 대체로 상대에게 위해를 가한 쪽은 그것으로 이득을 취하게 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해관계의 당사자가 누구인지 분명하게 살펴보라는 경고다. 아랫사람의 충정 속에 감춰진 불충이라는 진실은 의외로 많은 법이다.

김원중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