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

[한자로 읽는 고전]<24>약팽소선(若烹小鮮)

bindol 2021. 10. 31. 04:44

若: 같을 약 烹: 삶을 팽
小: 작을 소 鮮: 생선 선

 

노자(老子) 제61장에 나오는 말로, ‘팽(烹)’은 ‘삶을 자(煮)’와 같다. ‘선(鮮)’은 ‘고기 어(魚)’와 같다. ‘큰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마치 작은 생선을 삶는 것과 같다(治大國者若烹小鮮)’는 말에서 나왔다. 여팽소선(如烹小鮮) 혹은 팽선(烹鮮)이라고도 한다. 작은 생선은 살이 부드러우므로 이리저리 뒤집으면 부서져 버리게 되는 것이니, 함부로 내장을 제거하거나 비늘을 제거할 수도 없이 소심익익(小心翼翼)의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불의 세기를 조절하면서 세심하게 살펴보며 익히라는 것이다.

이 말은 한비자 해로(解老)편에 의해 나라를 다스릴 때 자주 법령을 바꾸면(변법·變法) 백성들만 힘들게 할 뿐이라는 것으로 재해석됐다. 말하자면, 법령이 바뀌면 이로움과 해로움이 바뀌게 되고, 이로움과 해로움이 바뀌면 백성들이 정작 힘써야 할 대상도 바뀌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큰 물건을 보관했다가 자주 자리를 옮기게 되면 손상되는 부분이 많아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물론 한비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불을 끌 경우 벼슬아치에게 물을 담는 항아리를 끌어안고 불길 속으로 달려가게 한다면 한 사람을 부리는 것이지만, 채찍을 휘둘러 백성들을 달려가게 한다면 만 사람을 제어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성인은 백성을 직접 다스리지 않으며, 현명한 군주는 작은 일을 직접 처리하지 않는다.”(한비자 외저설우하편).

 

치도(治道)를 아는 군주는 허정(虛靜), 즉 텅 빈 고요함을 귀하게 여기면서 변법을 해 나가 백성들로 하여금 결코 혼란스럽게 하지 않으며, 능수능란하여 다른 사람이 눈치 채지 못하게 귀신같이 일을 처리한다는 것이다.

결국 나라를 다스리는 근본은 백성의 마음을 살피는 것이 중요하기에 군주는 기본적인 제도를 갖추고 백성 개개인으로 하여금 이익을 추구하게 하고 누리게 하면 되는 것이지, 불필요한 규제를 만들어 백성들을 괴롭히는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자가 아니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