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 아니 불 違: 어길 위
如: 같은 여 愚: 어리석을 우
논어 위정(爲政) 편에 나오는 말로 공자가 안회와 온종일 대화를 하고 내린 총평이다. ‘不違’란 주희의 설대로 의부상배(意不相背), 즉 뜻이 서로 어긋나지 않는 것이란 의미이니, 듣기를 좋아하고 말대꾸를 하거나 이견을 제기하지 않는 것이다. 스승인 공자와 논쟁하거나 자기주장을 펼치지 않는다는 말이다. 공자는 가르치고 나서 안회가 ‘물러간 뒤 그가 홀로 지내는 것을 살펴보니(退而省其私)’ 자신과 함께 있을 때는 어기지 않는 것이 못마땅했으나 안회는 일거수일투족 하는 것들이 결코 어리석지 않다는 것이다. 공자보다 서른 살이나 어린 제자를 그토록 총애한 것은 ‘어기지 않는’ 이유 때문이었을까.
‘不違’란 단어는 논어의 다른 편에도 있으니 “안회는 그 마음이 석 달 동안 인(仁)을 어기지 않았고, 그 나머지 사람들은 하루나 한 달 인에 이를 뿐이다(回也, 其心三月不違仁, 其餘則日月至焉而已矣·논어 옹야 편)”란 문장이 그것이다.
그러나 남는 문제는 있다. 안회는 왜 이토록 맹목적으로 공자의 말을 따르고 순종했을까. 젊은이라면 때로는 스승의 말에 이의를 제기하고 때로는 건설적 비판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공자가 ‘족이발(足以發)’이라며 안회의 이런 자세에 의미를 부여한 것은 단순한 신임(信任) 이상의 의미가 배어 있다. 안회는 스승의 말을 들으면 그 의미를 이해하고 진일보한 해석을 했으니, 이런 경지야말로 그가 비록 어린 나이지만 ‘이순(耳順)’의 경지일 수도 있다. 아니 태어나면서 안다는 성인의 경지에 이미 도달해 있는 ‘생이지지(生而知之)’의 지점에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공자에 있어서의 안회는 제자 그 이상의 존재였다.
불과 서른한 살(41세라는 설도 있다)에 요절했을 때 공자는 “하늘이 나를 버렸구나(天亡我)”라고 한탄했다. 이런 한탄은 안회야말로 교언영색(巧言令色)하지 않고 안빈낙도(安貧樂道)하면서 청빈(淸貧)의 삶을 살아간 당대의 선비에 대한 최고의 찬사가 아니었을까.
김원중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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