知: 알 지 彼: 저 피 知: 알 지 己: 자기 기
百: 일백 백 戰: 싸움 전 不: 아니 불 殆: 위태로울 태
아군과 적군의 전반적인 전력(戰力)을 제대로 파악해야만 결정적인 피해를 보지 않는다는 말이다. 손자는 승리로 가는 다섯 가지 길의 첫 번째 요소로 “싸워야 할 때를 아는 것과 싸워서는 안 될 때를 아는 자(知可以戰 與不可以戰者·손자병법 모공 편)”를 거론한다. 정확한 판단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 병력의 많고 적음에 따른 용병법, 장수와 병사의 심리 상태, 전쟁 대비성, 장수에 대한 군주의 무한신뢰 등을 거론한다. 철저한 분석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싸워도 위험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적어도 손자에게 있어 전쟁이란 “나라의 중대한 일이고, 죽음과 삶의 문제이며, 존립과 패망의 길(國之大事 死生之地 存亡之道·손자병법 계 편)”이기 때문이다.
상대를 알고 나를 알아야 한다는 말은 역으로 상대를 모르고 나를 모른 채 전쟁터로 달려가는 경우가 더 많다는 얘기 아닌가. 그래서 손자는 “적을 알지 못하고 나만 알면 한 번은 이기고 한 번은 지게 될 것이며, 적을 알지 못하고 나도 알지 못하면 싸울 때마다 반드시 위태롭게 될 것이다(不知彼而知己 一勝一負 不知彼不知己 每戰必殆·손자병법 모공 편)”라고 결론 내린다. 그렇다면 무엇을 알아야 하는가. 손자는 ‘도(道) 천(天) 지(地) 장(將) 법(法)’이라는 오사(五事)를 제시했으니 올바른 정치, 기후와 기상, 지리적 이점, 지도자의 능력, 제도와 질서 등이다. 여기에 군대의 질적인 문제까지 고려한 칠계(七計)가 추가된다. 전쟁을 하려면 거시적 미시적인 사항 모두를 고려할 수 있는 상황 인식이 필요하다는 견해다.
적군과 아군의 객관적 조건은 겉으로 드러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감추어진 전력이 더 무서운 파괴력을 감추고 있을 개연성이 높다. 전장에서 쓸데없는 명분(名分) 싸움이나 허세(虛勢)를 부리다 결국 패망(敗亡)으로 이어지는 것을 경계하라는 경고다.
김원중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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