君: 임금 군 無: 없을 무
見: 볼 견 其: 그 기
所: 바 소 欲: 하고자 할 욕
이 말은 군주는 함부로 호오(好惡), 즉 좋고 싫음의 감정을 나타내지 말라는 것이다. 구중궁궐(九重宮闕)에 살고 있는 군주는 신하로부터 관찰(觀察)당하고 있으므로, 자신의 속내를 감추고 위장(僞裝)해 신하(臣下)로 하여금 쉽게 파악되지 말라는 경고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그 이유를 한비는 이렇게 말한다.
“군주가 하고자 하는 바를 내보이면 신하는 스스로를 꾸밀 것이다. 군주는 자신의 속뜻을 보이지 말아야 한다. 군주가 그 속뜻을 보이면, 신하는 스스로 (남과) 다른 의견을 표시하려고 할 것이다.(君見其所欲 臣自將雕琢 君無見其意 君見其意 臣將自表異-한비자 주도(主道) 편)”
군주와 신하를 이해관계로 파악한 한비가 이렇게 말한 이유는 신하란, 군주가 원하는 것을 교묘히 찾아내어 그 뜻대로 하여 사리사욕(私利私慾)을 채우려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군주는 감정을 억제하고 고뇌를 숨기며 때로는 자신의 감정과 상반되게 행동하는 음흉한 모습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야만 신하가 군주의 눈과 귀를 가리거나 재정을 장악하거나 군주의 허락 없이 명령을 내리거나 패거리를 모으거나 멋대로 선행을 베푸는 등의 위협 요인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나아가 군주의 권력을 유지하고 나라를 보존할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이 문장은 “(군주가) 좋아하는 것을 버리고 싫어하는 것을 버리면 신하는 곧 본심을 드러낼 것이고, (군주가) 옛것을 버리고 지혜를 버리면 신하들은 곧 스스로 대비할 것이다(去好去惡 臣乃見素 去舊去智 臣乃自備-한비자 주도 편)”라는 문장과 더불어 이해하면 좋다.
신하들과의 어설픈 소통(疏通)은 군주를 위험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게 한비의 논지다. 권력은 군신간 격의(隔意) 없는 대화(對話)와 타협(妥協)에 의해 유지되는 것이 아니고, 일말의 감정도 쉽게 드러내서는 안 되는 비정함에서 나온다는 논리이면서 한편으로는 권력자에게 처절한 자기관리를 요구하는 명언이기도 하다.
김원중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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