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

[한자로 읽는 고전]<6>군자불기(君子不器)

bindol 2021. 11. 1. 04:09

君: 임금 군 子: 아들 자
不: 아니 불 器: 그릇 기

 

‘君子’란 小人과 상대적인 개념이다. 유연한 사고와 學識을 두루 갖췄고 사회적 위상보다는 도덕적 품성이 높은 사람이다. ‘不器’란 그릇이 아니라는 것이다. 종묘의 제사그릇처럼 쓰임새와 크기가 정해진 것은 군자가 아니다. ‘군자불기’는 곧 ‘대도불기(大道不器)’(예기 學記편)다. 큰 도는 세상의 이치를 두루 꿰뚫고 ‘소소한 지식(小知)’에 연연하지 않는 회통(會通)과 통섭(通涉)의 사유다. 이것이 군자의 앎이자 실천이다.

 

공자는 ‘주이불비(周而不比)’, 즉 ‘원만하지만 붕당을 이루지 않는’(논어 爲政편) 사람이 군자라고 했다. ‘주(周)’는 도의(道義)를 통해 사람을 모으는 것으로 뒤에 나오는 ‘비(比)’와 상대적인 개념이다. 比는 붕당이고 작은 집단이며 작은 종파다. 무리에 섞이되 파벌을 만들지 않는 ‘화이부동(和而不同)’한 존재가 공자가 말한 군자다.

그릇은 크기가 한정돼 일정한 양밖에 담을 수 없다. 더 중요한 것은 안팎을 구분하는 단단한 경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릇이 가지런히 모여 있으면 질서정연해 보이지만, 수레에 싣고 험한 길을 달리면 깨질 수 있다. 나라가 평온하고 잘 제어될 때 그릇은 각기 제 몫을 하지만 나라가 혼란하고 질서가 없을 때 그릇은 시끄럽게 부딪치며 깨지고 날카로운 도구로 변한다. 그릇은 밖에서 깨지면 안 되고 안에서 깨져야 한다. 唐의 유지기(劉知幾)는 博識과 多聞을 군자의 덕목으로 보았다. 많이 배우고 견문을 넓혀야 욕망을 합리화하는 내 속의 작은 그릇을 없앨 수 있다. 지나친 격식이나 과거에 얽매이는 것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공자와 추구한 가치가 달랐던 묵자(墨子)도 “대동을 숭상하는 천자는 천하를 다스릴 수 있고, 평범한 제후는 그의 나라를 다스릴 수 있으며, (공능이) 작은 대부는 그의 봉읍을 다스릴 수 있다(尙同之天子可以治天下矣 中庸之諸侯可而治其國矣 小用之家君可而治其家矣)”(묵자 尙同下편)고 했다. ‘그릇’에는 ‘덕’이 담길 수 없다. 자신과 닮은 우물 같은 작은 마을을 다스리는 데 만족해야 한다.

 

김원중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