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

[한자로 읽는 고전]<5>박시제중(博施濟衆)

bindol 2021. 11. 1. 04:19

博: 넓을 박 施: 베풀 시
濟: 구제할 제 衆: 무리 중

자공이 공자에게 여쭈었다. “만약 백성들에게 널리 은덕을 베풀어 많은 사람들을 구제할 수 있다면 어떻습니까? 그를 인(仁)하다고 할 수 있습니까(如有博施於民而能濟衆, 何如 可謂仁乎)?” 그러자 공자는 단순히 인에 그치는 게 아니라 성인의 덕치일 것이라고 답했다. 공자 시대엔 타고난 성인(聖人)만이 백성을 널리 이롭게 할 수 있었다. 군주에게만 성인의 면허증이 발부되었기 때문이다.

오늘날은 다르다. 타고난 혈통이 아니라 실력을 통해 만인지상의 자리에 오를 수 있다. 그렇다면 실력만 있으면 널리 백성을 이롭게 할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 반드시 인(仁)과 충(忠)과 서(恕)가 있어야 한다. 仁은 ‘자기가 서고자 하면 남을 일으켜 주고, 자신이 이루고자 하면 남을 이루게 해주는 것(己欲立而立人, 己欲達而達人·논어 옹야·雍也)’이다. 恕는 ‘자기가 하고자 하지 않는 바를 다른 사람에게 베풀지 말아야 한다(己所不欲, 勿施於人·논어 안연·顔淵)’는 것이다. 서는 ‘如’와 ‘心’이 합쳐진 단어다. 서로 마음이 같다는 것인데,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배려한다는 것이다. 인은 人과 人이 기대고 있는 글자로 기본적으로 ‘사람을 사랑하는 것(愛人)’이다. ‘忠’은 마음을 중심에 둔다는 원리이다. 이는 진심(盡心)이며 마음을 다하는 것이다. 결코 충성을 맹세하는 것이 아니다. 인과 서는 거의 같은 개념이고, 충은 그것을 실행하는 마음자세다.

위정자는 仁恕의 마음을 품고 백성에게 忠해야 한다. 그래야 박시제중할 수 있다. 진(晉) 원굉(袁宏)의 ‘후한기(後漢紀)’ 환제기하(桓帝紀下)를 보면 “인을 행하는 자는 널리 베풀고 두루 사랑하며, 선을 숭상하고 만물을 구제한다(爲仁者博施兼愛,崇善濟物)”라고 돼 있다. ‘구당서’ 대종기(代宗紀)에도 “사람을 사랑하는 예는 널리 베푸는 것을 우선시한다(愛人之禮,先以博施)”라고 했다. 박시제중과 애인이물(愛人利物)은 이렇듯 서로 동격인 것이다.

 

김원중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