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관을 뒤집는 건 어렵지만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다. 마치 동전의 양면을 뒤집는 것처럼.
자신의 세계관을 극단적으로 뒤집어 보는 건 당혹스러운 일이다. ‘과연 가능할까’ 하는 의문도 든다. 하지만 뒤집기로 마음만 먹으면 뒤집을 수 있다.
‘한비자’에서는 맹헌백이 보여준 겸손을 두고 이런 극단적 뒤집기가 이뤄진다. 맹헌백이 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직책 중 하나인 ‘상경’에 임명되자 친구인 숙향이 축하를 하러 간다. 그런데 집에 있던 말은 비쩍 말라있었고 높은 직책과 함께 하사받은 수레 두 대도 보이지 않았다. 이를 의아하게 여겨 맹헌백에게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예전부터 많은 백성들이 굶주린 것을 봐왔기에 말에게도 곡식을 주지 않는 것이고, 많은 노인들이 아픈 다리로 걸어 다니는 것을 봤기 때문에 두 대의 수레를 사용할 필요가 없어 마당에 내놓지도 않은 것이오.”
이 말에 감동한 숙향이 또 다른 친구인 묘분황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 하지만 묘분황은 버럭 화를 냈다.
“나라로부터 작위와 봉록, 관인을 받는 것은 현명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을 구별한다는 의미다. 정확한 등급에 따라 수레를 주는 것은 나라를 지키라는 뜻이다. 하지만 나라의 정치가 어지러운 이 지경에 맹헌백은 주어진 권한으로 나라를 굳건히 지킬 생각을 하지 않고 절약과 검소함만 가지고 개인적인 명예만을 추구하고 있다. 그것이 뭐가 칭찬하고 축하할 일이란 말인가!”
일순간 맹헌백이 보여준 겸손은 개인적 명예의 추구가 됐다. 숙향은 그의 행동에 감동을 받았지만, 묘분황은 나라의 일을 게을리하는 나쁜 짓으로 여겼다. 생각에 따라 사물을 얼마든지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다. 이 같은 사고방법은 새로운 방식으로 상황을 파악하는 건 물론이고 또 다른 돌파구도 제시해준다. 성공에 도취해 있는 사람에게는 위험을 느끼게 할 수도, 절망하는 사람에게는 낙관과 용기, 열정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무언가에 골몰해서 자신만의 생각으로 빠져든다고 여겨질 때 이를 뒤집고, 바꾸고, 부정해보자. 거기서 자신도 알지 못하던 또 다른 극단이 새로운 시야를 열어줄 것이다.
이남훈 경제·경영 전문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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