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한나라를 세운 황제 유방
이익은 자본주의를 움직이는 동력이다. 이익이 있는 곳에 사람들이 모이고, 그 사람들 사이에서 관계가 형성된다. 따라서 이익이란 복잡한 세상을 명쾌하게 정리하고 확실하게 구분하는 잣대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내가 그걸 하면 이익이 되는가’라는 질문을 던져보면 곧 자신의 행동을 결정할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인 투자의 관점에서 관심을 쏟아야 할 것은 이익이 아닌 ‘사명’이다.
‘초한지’에 등장하는 궁극의 라이벌, 유방과 항우의 결전은 유방의 승리로 끝이 난다. 승리의 요인을 전투력과 리더십에서 찾을 수도 있지만, 시대의 흐름에 따른 사명의 유무로 해석하는 게 더 옳다. 진시황의 폭정이 계속되고 있을 때 유방과 항우는 각각 세상에 나가 자신의 뜻을 펼칠 결심을 한다. 둘의 최종 결심은 비슷했지만 그것의 존재방식은 완전히 달랐다. 항우는 ‘내가 천하를 호령하는 황제가 될 것’이라는 개인적 이익의 관점에서 출발했다. 반면 유방은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을 하나로 묶어서 새로운 세상을 건설하겠다는 사명의 관점에서 출발했다.
항우는 황제가 되려는 욕심에 자신을 방해하는 모든 것을 파괴했고, 심지어 진나라 군사 40만 명을 학살하는 패악을 저지르기도 했다. 이런 항우에게 돌아온 건 원망과 불만, 그리고 저주였다. 하지만 유방은 추구하는 개인적인 이익이 없었기에 그러한 패악을 저지를 이유가 없었다. 백성들은 항우가 아니라 유방에게 호의적으로 변했고 용맹스러운 장수와 노련한 전략가들 역시 유방의 편에 서기 시작했다. 항우가 이익이라는 좁은 관점으로 주변 사람을 예단하고 배제했다면, 유방은 사명이라는 전체적인 관점에서 모두를 받아들였다. 유방의 진영에서는 이익을 중심으로 하는 졸렬한 다툼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변화에 대한 대중의 요구와 새로운 세상에 대한 희망이 투영되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유방은 항우가 절대로 가질 수 없는 힘을 ‘사명’이라는 이름으로 획득했던 것이다. 그것은 대세를 쥐고 흔드는 힘이자, 시대의 흐름을 나의 것으로 만드는 능력이다.
눈앞의 이익이 아닌 사명에 투자하라. 지금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보다 뛰어난 수단과 방법으로 당신을 돕기 위해 나설 것이다.
이남훈 경제 경영 전문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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