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대 인근에서 열린 서울프린지페스티벌. 프린지는 주변부를 뜻한다. 동아일보DB
현대는 ‘서열화된 사회’라 할 수 있다. 1등과 2등이 나뉘고, 일류와 삼류가 구분되며, 메이저와 마이너로 분류된다. 이렇게 순서를 매기고 서열화하는 것은 도구적 이성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서열화에 따른 장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폐해도 만만치 않다. 대표적으로는 주변부로 밀려난 대부분의 사람이 차별받고 억압된다는 점이다. 이들은 ‘콤플렉스’라는 이름의 감정 상태를 느낀다. 콤플렉스는 서열화된 사회로부터 차별받는 것이기에 이를 느끼는 개인 역시 그 심리 상태를 감추고 회피하며 덮어두려 한다. 하지만 또 다른 의미에서 진보는 이런 콤플렉스로부터 시작된다. 이른바 ‘변증법적 중용’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
논어에선 ‘고기양단(叩其兩端)’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공자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아는 것이 있겠느냐. 나는 아는 것이 없느니라. 다만 비천한 사람이라도 진실하게 내게 무언가를 물어오면 나는 그 물음의 양쪽 끝을 두드려 주는 데 전력을 다할 뿐이다.”
공자는 사물과 사건을 해석하고 새로운 발전을 하는 데 있어 ‘양쪽 끝을 두드리는 방법’을 사용했다. 이쪽과 저쪽, 최상과 최하, 중심과 주변 모두를 찬찬히 관찰하고 연구함으로써 해법을 찾아낸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저 양극단을 피해 가운데로 가는 중용이 아니라 양극단을 모두 아우른다는 점에서 발전적인 중용, 즉 변증법적 중용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 발전의 동력을 찾아내고 개인이 새롭게 변신할 수 있는 기회 역시 여기에 있다. 삼류를 복권시키고 마이너를 받아들이면 그간 일류와 메이저가 유지해왔던 편향과 일방성을 극복하는 새로운 힘을 발견할 수 있다. 개인도 마찬가지다. 콤플렉스를 어두운 곳에 계속 방치해두면 그것은 결국 괴물이 되어 반격할 뿐이다. 오히려 그것을 적극 활용할 방안을 찾고, 발전의 또 다른 에너지로 삼는다면 발전과 행복을 위한 ‘고기양단의 해법’이 될 수 있다. 척박한 토양에서 자란 포도가 결국 최고의 맛을 내는 와인이 될 수 있다. 당신이 가진 척박함과 좌절감은 당신의 발전을 위한 최적의 토양이다.
이남훈 경제 경영 전문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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