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현실의 경계를 이야기한 장자의 사고는 21세기에 유용하다.
‘애매모호함’이 가지는 중요한 특징은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경계가 애매하고 색깔이 분명하지 않아 유심히 관찰해도 이것이 저것인지, 저것이 이것인지를 잘 모른다는 뜻. 애매모호함의 이러한 특징은 장자의 호접몽(胡蝶夢)에서 잘 나타난다. “어느 날 장주(莊周)는 꿈을 꾸었다. 꽃과 꽃 사이를 훨훨 날아다니는 즐거운 나비가 되어 있었지만 문득 깨어보니 자신은 나비가 아닌 장주였다. 그런데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혹시 나 자신은 나비인데, 장주에 대한 꿈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닐까. 도대체 무엇이 꿈이고, 무엇이 현실인가?”
놀라운 사실은 장자와는 전혀 다른 세계에 살았던 서양철학자인 데카르트도 동일한 주제에 대해서 고민을 했었다는 것이다. “내가 이리저리 움직여보는 이 머리는 잠 속에 있지 않다. 나는 의도적으로 손을 뻗어 보고, 또 느끼고 있다. 그러나 꿈속에서도 이와 비슷한 생각을 하면서 속은 적이 한두 번이던가. 이런 놀라움으로 인해 내가 지금도 꿈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빠져들게 된다.”(‘성찰’)
이런 애매모호함은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무엇이든 명쾌하게 구분하고 정리하고 싶어 하는 이성의 신념과는 잘 맞지 않기 때문. 하지만 이를 의도적인 삶의 자세로 받아들이면 우리는 한결 다양한 가능성 앞에서 자신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애매모호함에 대한 수용은 곧 ‘열린 자세’를 만들어낸다. 자신의 삶을 성공적으로 이끈 사람들이 보여주는 가장 큰 특징은 바로 무엇에 대해서든 열린 자세를 가지고 다양한 가능성을 찾았다는 점이다. 그것들을 결합 및 융합하면서 이제껏 없었던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낸다. 만약 처음부터 ‘꿈은 꿈이고, 현실은 현실’이라는 단정을 내렸다면 그 같은 결합과 융합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꿈과 현실에 대한 고민은 곧 ‘무엇이 실체인가?’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해진 실체는 없다. 지금은 정해진 실체를 찾아가는 시대가 아니라 새로운 실체를 만들어가는 시대다. 가슴속에 애매모호함을 품고 그 안에서 결합되고 융합되는 것들의 움직임에 신경을 곤두세워보자. 그러면 자신만의 새로운 융합의 결과물과 이제껏 없었던 실체를 창조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이남훈 경제 경영 전문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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