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훈의 ‘고전에서 배우는 투자’

[이남훈의 '고전에서 배우는 투자']<3>‘지키는 것’에서 시작을

bindol 2021. 11. 2. 16:31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동아일보DB

 

‘투자의 귀재’라고 불리는 워런 버핏은 자신의 투자 철학을 이렇게 요약했다. “첫째, 돈을 잃지 마라. 둘째, 첫 번째를 절대 잊지 마라.”

많은 사람들은 투자를 하면서 ‘어떻게 하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을까’부터 생각한다. 하지만 버핏은 투자란 역설적으로 ‘버는 것’이 아니라 ‘지키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사람에 대한 투자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관계를 맺고 그 관계 속에서 투자를 해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효율적인 방법은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을 ‘재발견’해서 그들과 지속적인 투자관계를 맺어가는 것이다.

유방의 군대가 한중(漢中)에 머물 때였다. 유방은 어느 날 승상 소하가 아침밥을 먹는 척하다가 진영을 이탈해 도망갔다는 보고를 받았다. 충격적인 이야기였다. 소하는 유방이 군대를 일으킬 때부터 함께해 왔던 동지이자, 지금과 같으면 국무총리의 역할을 하고 있던 인물이 아닌가. 하지만 소하는 한나절이 되지 않아 다시 나타났다. 잔뜩 화가 난 유방이 물었다.

 

“승상은 어찌하여 나를 버리고 떠나려고 했단 말인가!”

 

소하가 답했다.

“저는 달아난 게 아니라 달아나고 있는 한신을 잡기 위해서 그를 쫓아갔던 것입니다. 한신은 우리 진영에서 크게 쓰임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대왕에게 반드시 필요한 인재입니다. 그를 놓치고서는 결코 천하를 손에 얻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도 한신이 떠났다는 말을 듣고 급히 그를 쫓아간 것입니다.”

다시 유방의 진영으로 오게 된 한신은 이후 놀라운 전투력과 치밀한 전략전술로 천하를 둘러싼 유방의 패권 경쟁에서 큰 역할을 했다. 소하는 새로운 사람을 찾는 것보다 지금 있는 사람을 키우고 그들에게 투자해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당신을 떠나가려는 사람이 있을 때 그를 만나 대화하고 문제를 풀며 신뢰를 주려고 노력할 수 있는가. 버핏의 말을 빌리면 최고의 사람 투자법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사람을 잃지 마라. 둘째, 첫 번째를 절대 잊지 마라.”

이남훈 경제·경영 전문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