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훈의 ‘고전에서 배우는 투자’

[이남훈의 ‘고전에서 배우는 투자’]<2>주변의 ‘사람’을 보라

bindol 2021. 11. 2. 16:32

 

유방. 21세기북스 제공

 

우리는 이제껏 ‘물질’에 투자해 왔다. 부동산, 자본, 상품이 그 대상이었다. 이들은 지금도 여전히 유력한 투자 대상이긴 하지만 문제는 주변 환경에 의해 그 가치가 급격히 등락한다는 점이다. 더구나 스스로 가치를 진화시키지 못한다는 결정적인 단점을 안고 있다. 부동산은 시간이 흐를수록 낡게 마련이며, 상품은 또 다른 ‘신상품’으로 인해 구매욕구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물질에 대한 투자는 ‘시간’이라는 함수 때문에 ‘하락세의 운명’을 면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유일하게 스스로의 가치를 끊임없이 높여갈 수 있는 투자 대상이 있으니 바로 ‘사람’이다. 주변에서 어떻게 도와주고, 또 본인이 어떠한 의지를 가지고 어떠한 도전을 하느냐에 따라 ‘최악’에서도 ‘최고’로 반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약 400년을 지속하면서 중국 역사상 가장 큰 발전을 이룬 한나라를 일으킨 사람은 유방이었다. 결과적으로만 따지자면 유방이 ‘역사의 영웅’이라고 기록되지만, 사실 유방은 주변 사람들이 만들어낸 ‘투자의 결과’였다. 그는 마흔에 가까울 때까지 지방의 미천한 관리에 불과했다. 매일 저잣거리의 건달패들과 어울려 외상술이나 마시고 술이 취하면 아무 곳에나 벌러덩 드러누웠다. 하지만 그런 유방을 눈여겨본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소하였다. 어느 날 그가 유방에게 ‘인부들을 인솔해 함양에 다녀오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조언했다. 유방은 당시 인부와 인부의 인솔자들이 산적들에게 습격을 당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펄쩍 뛰었다. 하지만 소하는 유방의 분발심을 일으키는 첫 번째 투자를 단행했다.

 

“언제까지나 이 시골 저잣거리에서 술이나 마시고 노름판에나 끼려고 하십니까. 힘들고 위험해도 이번 일을 계기로 삼아 천하로 나가십시오!”

 

이후 소하는 끊임없는 지원과 아낌없는 투자로 결국 유방이 항우를 꺾고 천하를 손에 쥘 수 있도록 했다. 건국 후 소하는 수많은 장군과 전략가에 앞서 가장 높은 직책과 상을 받으면서 ‘최상의 수익률’을 거둘 수 있었다. 사람에 대한 투자는 시간에 구애를 받지 않는다. 비록 그것이 장기적일 수는 있어도, 부동산과 상품에 대한 투자처럼 ‘하락세의 운명’을 갖고 있지는 않다. 지금 당신의 주변에 있는 ‘사람’을 보라. 그리고 그 사람이 이뤄낼 미래의 가치에 투자하라.

이남훈 경제 경영 전문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