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영국의 새 왕자 출생신고를 둘러싸고 이런저런 뉴스가 각국으로 전해졌어요. 출생신고서 부모 직업란에 아버지의 직업을 '영국 왕자'라고 적었다는 소식도 들려오네요. 아기의 아버지인 윌리엄은 왕세손, 즉 왕의 손자이며 왕세자의 아들인데 영국에서는 왕세자나 왕세손, 왕자를 통틀어 왕자라고 부르나 봐요. 반면 조선 왕실은 왕세자와 왕자를 엄격히 구분했답니다. 과연 조선에서 왕세자와 왕자는 어떻게 달랐을까요?
조선에서는 왕의 아들, 즉 왕자 중에서 다음 왕으로 정해진 왕자를 '왕세자(王世子)'라고 불렀어요. '세자(世子)'라고도 했고요. 세자가 되기 위한 첫째 조건은 왕의 아들 중 적장자(嫡長子)여야 했어요. 적장자는 '적자'와 '장자'가 합쳐진 말이지요. 적자는 왕과 왕비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장자는 아들 중 맏아들을 말해요. 왕과 왕비 사이에 태어난 아들 중 가장 먼저 태어난 아들이 바로 적장자예요. 그렇게 태어난 적장자는 왕세자로 책봉(★)되기 전까지 '으뜸이 되는 아들'이란 뜻의 '원자(元子)'라고 불렸답니다.
▲ 조선 태종의 장남이자 세종대왕의 맏형 ‘양녕대군’의 묘랍니다. 양녕대군은 임금의 적장자로 세자에 책봉되기도 했지만 결국 동생 세종대왕이 왕위를 이었어요. /문화재청 제공
하지만 왕의 적장자가 모두 세자로 책봉된 것은 아니었어요. 조선을 세운 태조 이성계는 첫째 왕비인 신의왕후 한씨가 낳은 적장자와 적자들 대신, 둘째 왕비 신덕왕후 강씨의 둘째 아들 방석을 세자로 책봉했어요. 이에 불만을 품은 이성계의 다른 아들들이 방석과 신덕왕후 강씨의 큰아들 방번을 죽이는 '왕자의 난'을 일으키기도 했고요.
왕비가 아들을 낳지 못해 후궁의 아들을 세자로 삼고 왕위를 잇게 한 경우도 많아요. 광해군, 연산군을 비롯해 하성군에서 왕위에 오른 선조, 능양군이었다가 왕이 된 인조, 연잉군에서 왕위에 오른 영조 등이 있지요. 그런데 이들에게 붙은 '군'이라는 호칭은 무슨 의미냐고요? 조선 시대에는 왕과 왕비 사이의 아들에게 '대군(大君)', 왕과 후궁 사이의 아들에겐 '군(君)'이라는 작위(★)를 줬어요. 그래서 '○○대군' 또는 '○○군'으로 부른 것이지요. 왕과 왕비 사이에 태어난 아들이라고 해서 모두 대군이 되는 것은 아니라, 책봉을 받아야 했대요.
▲ 순조 임금의 아들 효명세자가 궁을 나서 성균관에서 공부하는 과정까지 왕세자의 ‘입학례’를 그린 ‘왕세자입학도첩(王世子入學圖帖)’이에요. /문화재청 제공
그렇다면 조선의 세자는 어떻게 살았을까요? 원자가 7~10세가 되면 세자로 책봉했어요. 세자가 생활하는 공간을 '동궁(東宮)'이라고 부르는데, 궁궐의 동쪽에 있었기 때문이래요. 세자는 아침에 일어나 동궁을 나서 왕과 왕비, 대비 등 왕실 어른에게 문안(★)을 드리고 다시 동궁으로 돌아가 대부분의 시간을 공부하며 보내야 했어요. 아침에도 공부, 점심에도 공부, 저녁에도 공부…. 물론 틈틈이 활쏘기나 말타기를 하면서 신체를 단련하기도 했지요. 때론 궁궐에서 치르는 여러 행사에도 가고, 형제들과 조상의 무덤을 찾거나 잔치에 참석도 하고요. 하지만 머무르던 공간에서 함부로 벗어날 수 없었고, 왕의 허락 없이 나라를 다스리는 일과 관계된 말이나 행동도 함부로 할 수 없었다고 해요. 세자가 아무리 왕자 중 으뜸이라고 해도 매일 공부만 하고 자유롭게 돌아다니지도 못했다니,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았을 것 같다고요?
★책봉(冊封): 왕세자(王世子)·세손(世孫)·비(妃)·빈(嬪) 등의 지위에 봉해 세우는 일.
★작위(爵位): 벼슬과 지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
★문안(問安): 웃어른께 안부를 여쭘. 또는 그런 인사.
지호진·어린이 역사전문 저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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