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그분의 방침과 지침에 따랐을 뿐”이라는 김만배의 항변
조선일보
눈 감은 김만배/ 뉴시스
김만배씨가 대장동 개발에 대해 “그분의 사업 방침에 따랐을 뿐”이라고 했다. ‘그분’은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을 말한다. 김씨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과 공모해 651억원 이상의 부당 이익을 얻고 그만큼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손해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민간 사업자에게 더 많은 이익이 가도록 공모 지침서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 혐의에 대해 김씨는 “그분의 행정 지침이나 시(市)가 내놓은 정책에 따른 것”이라고 한 것이다.
김씨의 주장은 당시 공모 지침서가 성남시장의 정책에 맞춰 설계된 것이기 때문에 잘못이 없다는 취지다. 그는 “그분은 최선의 행정을 하신 것”이라고 했다. 이 후보를 옹호한 말이지만, 뒤집어보면 ‘모두 이 시장이 하라는 대로 한 것이고 책임자는 우리가 아니라 이 후보’라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로 이 후보는 국정감사에서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을 안 만든 것은 고정 이익을 확보하라는 성남시의 지침 때문에 생긴 일이라 그에 반하는 주장을 하면 내 지시 위반이 돼서 안 된다”고 했다. 초과 이익 환수 배제는 자신의 지침이었다는 것이다. ‘민간 사업자를 건설사 컨소시엄이 아닌 금융권 컨소시엄으로 제한해 달라’는 김만배씨 요구도 관철됐는데, 이 후보는 국감에서 “건설사가 들어오면 문제 될 수 있기 때문에 건설사를 배제하라는 지침을 내렸다”고 했다. 초과 이익 환수 배제와 건설사 참여 배제는 김씨 등 극소수 투기 세력이 이익 수천억원을 독식할 수 있게 만든 핵심 조항이다.
그런데도 검찰 내부에선 이 후보에 대해 “정책적 판단에 대해 배임 혐의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소리가 나온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 정책적 판단을 따른 김씨 등에겐 어떻게 배임 혐의를 적용하나. 이 후보를 수사하지 않으려니 이런 모순이 생긴다. 또 정책적 판단이라도 합리적으로 내린 결정이어야 한다. 실무자가 넣은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을 스스로 삭제해 추가 이익 대부분을 투기 세력에게 안긴 행위까지 정책적 판단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이 후보는 국감에서 “초과 이익 조항을 삭제한 것이 아니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라며 “조항을 삭제했다는 보도는 가짜 뉴스”라고 했다. 하지만 유동규 전 본부장 공소장에 따르면 환수 조항이 당초 사업 협약서에서 삭제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그래도 못 본 척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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