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의 간신열전] [109] 주나라 솥에 그려진 ‘쥐’ 그림
‘정(鼎)’은 세 발 달린 초대형 솥인데 고대 중국에서는 천자의 상징이다. ‘여씨춘추’에 따르면 주나라의 세발솥에는 말이 쥐를 밟고 있는 그림이 새겨져 있었다고 한다. 예부터 중국에서 쥐는 음지(陰地)에서 서식하며 양물(陽物)을 해치는 동물로 간주했다. 그래서 양을 상징하는 말로 하여금 쥐를 밟아버리게 해서 나라를 망치는 풍속을 내쫓으려 했다고 한다.
‘주역’에서도 진괘(晉卦) 밑에서 네 번째 붙은 효, 즉 양효(陽爻)를 풀이해 “나아감[晉=進]이 쥐새끼와 같으니 정(貞)하면 위태롭다”고 했다. 정(貞)은 반듯하다[正]는 뜻이니 언뜻 생각하기엔 정(貞)하면 위태롭지 않을 것 같은데, 쥐새끼이기 때문에 정(貞)하면 오히려 위태롭다고 한 것이다. 정(貞)은 반듯하다는 뜻 외에 고집하다[固]는 뜻도 있다. 여기서는 후자다.
쥐는 사람을 두려워하고 꺼린다. 이때 사람이란 군자다. 바른 도리를 가진 사람을 꺼리고 두려워하니 매사 자리에 나아가 일을 행하는 것이 쥐새끼와 같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 자리를 계속 고집하면[貞=固]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그리고 공자는 이 효를 풀이해 “위태로운 까닭은 자리가 마땅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진보·좌파 관점에서 보자면 조국·추미애 전 장관이 바로 이 효에 해당하는 인물일 것이다. 두 사람이 어울리지 않는 자리에 있으면서 상대 진영의 대통령 후보를 만들어주었고 지금 여론조사를 보면 그 진영은 ‘정권 상실 위기’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측이 대표적인 진보 논객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를 ‘보수 논객’이라 불렀다. 이럴 때 쓰는 말이 ‘뜬금없다’이다. 진 전 교수는 누가 보아도 민주당보다는 좀 더 왼쪽에 있는 지식인이다. 조국 교수 사태 때 보여준 그의 양식 있는 말과 행동은 진영을 넘어 많은 공감을 얻었다. 그런 진 전 교수의 말이 듣기 싫다고 ‘보수 논객’이라는 ‘뜬금포’를 쏘아서야 되겠는가? 이 후보 측과 진 전 교수 중에서 누가 말이고 누가 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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