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의 간신열전] [108] 환관의 공도만도 못한…
입력 2021.11.11 03:00
환관(宦官)은 애당초 근시(近侍)이기 때문에 공도(公道)를 행하지 않아도 비난의 대상은 아니다. 그럼에도 역사를 보면 조정 신하를 뛰어넘는 공도를 행해 두고두고 좋은 평가를 받는 환관이 적지 않다. 후한(後漢) 순제(順帝) 때의 환관 양하(良賀)가 바로 그런 경우다. 평소 청렴하고 검소하며 진중하고 겸손했던 양하는 황제가 구경(九卿)에게 용맹한 무장을 천거하라고 명을 내렸을 때 자신도 대장추(大長秋)로 구경에 포함됐지만 홀로 천거를 사양했다.
“저는 미천한 집안에서 태어나 궁전에서만 지내다 보니 사람을 알아보는 안목도 없고 무사들과 교류한 적도 없다”는 게 사양한 이유였다. 그리고 끝내 아무도 추천하지 않았다. 이런 환관이 만약에 순제가 곤경에 처했다면 어떤 식으로 처신했을지는 불문가지(不問可知)다.
우리 역사에서는 김처선(金處善)이 그런 경우다. 연산군 11년 4월 1일 자 실록에는 “환관 김처선을 궐내에서 죽였다”며 그 이유에 대해 “술에 몹시 취해 임금을 꾸짖었다”고만 돼 있다. 연산군은 그 직간(直諫)에 얼마나 화가 났던지 관리들의 이름에 처(處)나 선(善)이 있으면 모두 바꾸라고 명했다. 심지어 절기를 나타내는 처서(處暑)의 처(處) 자도 비슷한 뜻의 조(徂)로 고쳐 조서(徂暑)라고 했다.
양하는 환관으로서 해서는 안 되는 것을 알았고 김처선은 환관이라도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을 알았다 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딸 다혜씨가 작년 말부터 청와대 관저에서 거주하고 있나 보다. 한 언론이 이를 보도하며 ‘아빠 찬스’라고 지적하자 문 대통령의 ‘복심(腹心)’이라는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그 사실은 부정하지 않으면서 언론을 향해 “하다 하다 이제는 부모님과 함께 사는 것조차 트집을 잡는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그냥 부모님인가? 현재 급속히 이반(離叛)하는 민심을 알고 또 그가 정말로 ‘복심’이라면 다혜씨의 처사에 대해 직간을 해도 시원찮을 상황이다. 권력에 취하면 아무것도 안 보이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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