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週 漢字] 友(우)-벗, 손끝에서 전해지는 도타운 정
입력 2021.12.04 00:24
한자 12/4
벗 우(友) 자는 ‘벗’이나 ‘사이가 좋다’, ‘우애가 있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다. 중국의 가장 오래된 한자 자형인 갑골문에서는 또 우(又)를 나란히 겹쳐 그려 정답게 손을 맞잡고 있는 모습을 표현했다. 맞잡은 손에서 전해지는 따듯한 체온의 교류로, 친구 사이의 도타운 정까지 형상화한 것이 놀랍다.
친구라고 해서 다 같은 친구는 아니다. 허신(許慎)의 『설문해자(說文解字)』에서는 주례(周禮)를 인용해 ‘뜻을 나눈 자여야 친구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同志為友). 단순히 같은 스승의 문하에서 동문수학한 무리(同師為朋)와 구분 지어서 서로의 뜻을 알아주고 기꺼이 함께하는, 참답고 진정한 친구의 중요성을 일깨우며, 소중하게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가 하면 가까이해서 유익한 친구도, 해로운 친구도 있다. 『논어(論語)』의 계씨편(季氏篇)에서 공자는 이렇게 말한다. “정직한 사람을 벗하고, 신의가 있는 사람을 벗하고, 견문이 많은 사람을 벗하면 유익하다. 겉치레만 하고 곧지 못한 사람을 벗하고, 아첨 잘하는 사람을 벗하고, 빈말 잘하는 사람을 벗하면 해가 된다.”(孔子曰 益者三友(익자삼우), 損者三友(손자삼우). 友直(우직), 友諒(우량),友多聞(우다문),益矣(익의). 友便辟(우편벽),友善柔(우선유),友便佞(우편녕),損矣(손의).)
벗이 곧으면 자신의 허물을 듣게 되니 유익하고, 벗이 성실하면 성실에 나아가게 돼 유익하며, 벗이 문견(聞見)이 많으면 지혜가 밝아짐에 나아가게 돼 또한 유익하다. 반면 편(便)은 익숙함이다. 편벽(便辟)은 위의(威儀·외모)에만 익숙하고 곧지 못함을 이르며, 선유(善柔)는 아첨해서 기쁘게 하는 데만 잘하고 성실치 못함을 이르며, 편녕(便佞)은 말에만 숙달하고 문견(聞見)의 실제가 없음을 이른다.
공자가 익우와 손우를 말한 일견 유용하게 보이나, 판단의 준거는 좀 더 심도 있게 고려해 봐야 할 것이다. 이 세 가지의 손해 됨과 유익함은 서로 대척점에 서 있으며 상대적인 개념으로 존재하고 있다. 같은 사람이라도 누구와 함께 있는가에 따라 상대적 익자가 되기도 손자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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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벗은 나에게 익자인가 손자인가, 나는 그에게 익자인가 손자인가를 점쳐 보다 다시금 갑골자형이 주는 교훈을 생각해 본다. 손익의 계산 없이 내 손을 잡고, 내 뜻을 헤아려 주는 그에게 나 역시 정직하고, 신의가 있으며, 견문이 넓은 벗이 돼 줘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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