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물 쏟아지는 육조거리
<터무니없는 ‘국가상징축’ 주장>
지난 10일 서울시는 광화문광장 공사 현장에서 유물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다고 발표했다. 병인양요와 신미양요 때 외국군과 맞섰던 흥선대원군 시절 합참본부 ‘삼군부’ 청사도 실체를 드러냈다. 삼군부가 사라지고 처음 있는 일이다.
광화문광장 복원을 주도한 前 국가건축정책위원장 승효상은 2009년 이렇게 주장했다. “육조거리 위치를 정확히 찾으면 세종문화회관 쪽에 붙게 되는데 이러면 서울의 정확한 옛 축을 볼 수 있다.”(2009년 8월 25일 ‘경향신문’) 2019년 1월 28일 광화문광장 공모 당선작 발표회에서도 심사위원장인 그가 말했다. “육조가로로 쓰였던 곳인 만큼 가운데가 공간이 비워진 곳이어서 유물이 없다. 다만 육조를 형성했던 관어가의 담장 부분은 기초가 발견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런데 땅을 파보니 담장 정도가 아니라 삼군부 행랑과 다른 건물터들이 튀어나오는 중이다. ‘원래 육조거리’라고 그가 주장한 공간이 텅 빈 거리가 아니라는 뜻이다. 따라서 ‘서울의 정확한 옛 축’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런 터무니없는 일이 벌어진 이유가 있다. 광화문광장 공사 배경에는 ‘정도전의 백악주산론’이 있다. 600년 전 조선이 한양으로 천도할 때 도읍지와 궁궐을 북한산~북악산~관악산 축을 기준으로 설계했다는 이론이다. “무학대사와 정도전은 삼각산과 관악산을 잇는 직선상에 경복궁을 축으로 놓습니다. 경복궁을 맨 앞으로 그 뒤로 육조거리, 남대문이 이어지도록 말이죠. 일제강점기에 일본이 이 축을 틀어버렸습니다.”(승효상, 2013년 1월 ‘월간 디자인’ 인터뷰)
터무니없다. 그런 축은 존재하지 않는다. 지도에 북한산~북악산~관악산을 잇는 직선을 그어보면 경복궁과 육조거리는 그 축에서 동쪽으로 비껴나 있다. ‘정도전 한양 도시 계획’은 선 하나만 그어 봐도 알 수 있는 괴담이다. 기록상으로도 정도전-무학대사 신화는 임진왜란 이후 탄생한 전설에 불과하다.
지난달에도 승 전 위원장은 이렇게 썼다. ‘정도전이 북한산과 관악산을 잇는 연결선 위에 경복궁을 두고 광화문 앞의 길을 넓혀 양옆에 관아를 설치하면서 육조거리라는 광장 같은 길이 나타났다. 이곳은 오늘날 국가의 축으로도 상징성을 가지며 우리 모두에게 깊이 인식되어 있다.’(2021년 4월 21일 ‘경향신문’)
지도 한 장과 역사적 기록이 말해준다. 있지도 않은 축(軸), 그래서 일제에 의한 훼손 자체가 불가능한 축을 복원하겠다는 주장은 역사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터무니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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