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억제책, 매물 씨 마르는 부작용 불러
다주택자 집 팔도록 물꼬 트는 해법 내야
아파트도 상품이다. 수요와 공급의 균형점에서 가격이 정해진다. 사려는 사람은 많은 데 팔겠다는 사람이 적으면 가격은 올라간다. 서울에는 전체 가구의 20%인 394만 가구가 몰려 있다(통계청 2017 인구주택총조사). 주택 보급률은 97.8%로 예상한다. 가구 수보다 주택 수가 여전히 부족하다. 공급은 꾸준히 늘고 있다. 올해부터 2022년까지 서울에 신규 입주하는 주택만 35만8000가구다. 매년 수요보다 공급이 1만2000가구 정도 많다. 주택보급률 100%에 다가가고 있다.
하지만 서울 사는 가구의 절반은 남의 집에서 산다. 자가 보유율이 49.2%에 그친다. 서울 집을 여러 채 가진 다주택자나 외지인이 많다는 뜻이다. 서울에 사는데 집 없는 사람은 대기 수요다. 집을 더 사겠다는 사람과 지방에서 서울 집을 노리는 사람도 여전히 많다. 서울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는 필요조건이 꾸준한 주택공급인 이유다.
문제는 단기 시장이다. 아파트 개발 계획을 세우고 분양을 거쳐 입주하는 데 3~5년이 걸린다. 시차가 생기는 동안 시장이 꿈틀댄다. 아파트는 한 건만 거래돼도 그게 시장 가격이 되고 매수·매도자의 심리에 영향을 미친다.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의 실거래가 신고 현황을 보자.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84.950㎡형은 3월부터 7월까지 거래가 없었다. 집값이 급등세를 타자 8월에 3건의 매수세가 달라붙었다. 1층 거래를 제외하고 로열층만 봤다. 8월 7일에 16층 아파트가 26억7000만원에 계약됐다. 14일에는 20층 아파트가 27억5000만원에 계약됐다. 일주일 만에 가격이 “억” 소리 나게 뛰었다.
박철 공인중개사의 설명. “강남엔 매물(賣物)이 없다. 매물이 나오는 순간 사겠다는 고객이 몰린다.” 가격은 심리다. 수요가 많으니 집주인은 호가를 더 높인다. 최고가에 거래가 이루어진다.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는 공식이다. 지금 강남은 매도자가 절대 우위인 시장이다. 국민은행 주택가격 동향을 보면 8월 강남의 매수우위지수는 128.5로 조사됐다. 이 지수가 100을 넘으면 사겠다는 사람이 팔겠다는 사람보다 많다는 의미다. 7월에 이 지수는 83.2였다.
답은 나와 있다. 단기 급등을 잡으려면 매물이 나오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대책은 거꾸로다. 집 파는 걸 틀어막았다. 현재 서울에서 집을 갈아타려고 일시적으로 1가구 2주택이 된 사람은 기존 집을 3년 이내에 팔아야 양도소득세가 면제된다. 지금처럼 가격이 뛰는 시장에서 누가 집을 일찍 팔려고 하겠는가. 양도세 비과세 기간을 2년 이내로 단축해야 한다. 그래야 2주택자들이 기존 주택을 좀 더 일찍 시장에 내놓는다.
수요 억제를 위해 꺼낸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도 부작용을 일으킨다. 지난해 8월 정부는 8·2대책을 통해 양도세율을 2주택자에게는 10%포인트, 3주택자에게는 20%포인트 더 적용하기로 했다. 문제는 유예기간이 올해 3월까지로 8개월에 그쳐 효과가 크지 않았다는 점이다. 집을 팔기에는 빠듯한 시간이었다. 4월부터 양도세가 중과되면서 이들은 “이왕 이렇게 된 거 들고 있자” 전략으로 나갔다. 최근 가격 급등은 이렇게 매물이 묶인 탓이 크다.
진단이 정확해야 올바른 처방을 내릴 수 있다. 틀어막는 게 능사가 아니다. 지금은 매물이 나오도록 물꼬를 트는 게 필요한 시점이다. 한시적으로 양도세 중과 유예를 검토해야 하는 이유다. 대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비해 크게 낮은 다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을 현실화하면 된다. 명분에 집착하는 한 시장을 이길 수 없다. 현실적인 해법을 결단해야 한다. 문제는 매물이다!
김종윤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