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聞column

[조용헌 살롱] [1160] 누드 문화 퇴조

bindol 2018. 9. 10. 05:28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문화콘텐츠학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문화콘텐츠학


한국 남자들이 유럽의 누드 비치, 남녀 혼용 사우나에 가면 엄청난 문화적 충격을 경험한다. 그 충격으로 오래 머무르지를 못한다. 왜 동양인들은 쩔쩔 매는가? 유럽인들은 어떻게 나체를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게 되었는가? 유럽 문화의 원조인 그리스에 가서 그 배경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스는 신(神)들의 모습도 모두 나체로 조성하였다. 우러러보고 경배해야 할 신성한 신의 형상을 인간의 나체로 형상화했다는 것도 대단한 발상이다. 신도 인간의 면모를 지니고 있다는 발상이다. 숭배도 하지만 같은 차원에서 대하는 것이다.

그리스 신화를 읽어보면 신도 질투하고 복수하고 욕심을 내는 인간적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절대적 신관(神觀)이 아니라 상대적 신관이다. '일리아드'와 '오디세이'가 그렇다. 이렇게 되면 가치의 문제에서도 상대적 가치를 인정하게 된다. 나체가 되면 평등하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신과 인간도 같은 나체인데 하물며 인간과 인간의 관계는 더욱 더 평등하다는 생각을 한다. 누드는 유행가 가사처럼 '거짓의 옷을 벗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옷은 계급장이기 때문이다. 계급장은 시간이 지나면 다 사라질 장식품이다. 장식품은 가짜가 많다. 누드가 무위자연(無爲自然)이라면 옷은 유위인공(有爲人工)이라고나 할까. 사회생활은 옷이 필요하지만 신 앞에 섰을 때는 옷을 벗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스는 여름에 섭씨 35도가 무조건 넘는다. 여름에 태풍도 없고 비도 오지 않는다. 태풍이 없다는 점은 바다에 대한 두려움을 약하게 한다. 바다에서 짠 냄새도 나 지 않았다. 바닷물은 코발트색이다. 뛰어들고 싶은 색이다. 사방이 바다이고 눈앞에 섬이 보인다. 태평양과 같은 망망대해가 아니다. 이런 환경이다 보니 여름에는 무조건 옷을 벗고 해수욕하게 되어 있었다. 농토는 척박할 뿐이다. 수많은 섬 사이를 배 타고 다니며 장사하면서 먹고살았다. 이렇게 형성되었던 누드 문화가 유럽에서 퇴조하고 있다는 신문 보도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