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의 간신열전] [113] 사리와 사세
“어떻게 살아왔고 어떤 교묘한 거짓으로 법망을 피해왔는지, 권력을 가진 자들이 어떤 특혜와 엄호를 베풀었는지, 범죄와 연루된 것 등을 철저하게 밝히는 것이 국민의 권리이고 언론의 책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당연히 이 말을 듣는 순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겨냥한 말로 여길 것이다.
그의 후임 추미애 전 장관은 이 말을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배우자를 향해 던지고 있다. 말만 놓고 보면 맞는 말이다. 이를 사리(事理), 즉 일의 이치라고 한다.
물론 윤 후보 배우자의 석연치 않은 경력 부풀리기는 명백한 잘못이다. 이 또한 사리다.
그런데 사리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세(事勢), 즉 일의 형세다. 지금 정치 형세는 추 전 장관이 자기편에는 한없이 관대하고 상대편에는 혹독하게 해 공공성을 파괴하는 바람에 만들어졌다. 그래서 대통령도 하기 어렵다는 다음 대통령 유력 후보 만들기를 혼자 힘으로 해냈다. 그것도 상대 당 후보를 말이다. 민주당 사람들 입장에서 보자면 자기 당을 패망의 길로 몰아넣은 ‘원흉’이다.
이런 형세를 인정할 경우 자기편으로부터도 버림받을 수 있을까 걱정해 더 뻔한 사리를 들고나오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절반에만 적용되는 사리 판단력으로 사세를 이겨낼 수 있을까? 역사는 말한다. 사세를 이긴 사리는 없다고.
사리로 보자면 어떻게 윤 후보가 국민의힘 후보가 될 수 있었겠는가? 형세가 그렇게 만들어 간 것이다. 그 형세를 만드는 데 절반 이상 기여를 한 추 전 장관 몸부림이 불쌍해 보이는 것은 사리도 모르면서 사세를 바꿔보려 몸부림치는 돈키호테 모습이 그에게 비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사리부터 균형 있게 깨닫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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