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쏟아낸 발언은 충격이었다. “한·미 군사훈련은 부적절하며 매우 도발적이다. 하와이에서 한반도까지 전투기가 한번 출격하면 경비가 얼마냐.” 또 수많은 정적을 처형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해선 “26세에 권력을 승계해 터프하게 통치해야 했다. 자신의 나라를 아주 많이 사랑하는 유능한 사람”이라고 했다. 워싱턴 등 국제 외교안보 커뮤니티에선 ‘이게 실화냐’ 수준의 비난이 쏟아졌다. 그런데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인사들 사이에선 그게 별스러운 일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워싱턴포스트(WP)의 ‘워터게이트’ 특종기자 밥 우드워드의 저서 『공포(백악관 안의 트럼프)』, ‘나는 트럼프 저항군의 일원이다’라는 제목으로,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료가 뉴욕타임스(NYT)에 익명 기고한 글로 볼 때 그렇다는 얘기다. 미국을 뒤흔든 두 글에는 주한미군 등에 대한 트럼프의 수준 이하 안보 인식(매티스 국방장관은 ‘초등학교 5, 6학년 수준 이해력’으로 평가했다고 한다)과 김정은 같은 독재자들에 대한 호감, 동맹국 무시 때문에 관료들이 ‘미국을 지키기 위해’ 별도의 외교를 펼쳤다는 사실 등이 담겼다. 트럼프는 이렇게 불거진 위기를 ‘북한 카드’로 돌파하려는 듯 김정은에게 “생큐” “나이스”를 연발하고 있다. 4·27 판문점 회담 뒤 많은 나라가 북한과 대화를 시도하지만 ‘김정은’을 대놓고 칭송하는 나라는 드물다. 김정은의 웃음 뒤 본질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트럼프와 한국 정부 인사들은 다르다. “백성의 생활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도자”(이낙연 총리), “판문점 회담에서 실체를 본 뒤 북한에 속고 있다고 하는 것은 과거 이미지에 속는 것”(도종환 문체부 장관) 등. 이 정도니 ‘(핵 폐기 조치와 관련한) 선의를 몰라줘서 답답하다’는 김정은의 말을 우리 특사단이 그대로 국제사회에 전하는 게 자연스러울지도 모르겠다. 3차 남북 정상회담을 확정한 청와대가 판문점선언 비준안을 11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뒤 동의서를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비핵화 진전 여부 논란은 차치하고라도 구체성이 결여된 선언을 국회가 동의하면 천문학적 예산이 투입될 남북사업을 행정부 마음대로 하도록 허용한다는 점에서 논란이 큰 문제다. 문 대통령은 “연말까지 돌이킬 수 없을 만큼의 진도를 내겠다”고도 했다. 비핵화도 염두를 둔 언급이라고 하지만 무게는 ‘종전선언’에 가 있는 분위기다. 트럼프가 있을 때 어떻게든 대못박기를 하려는 것일까 걱정된다. 김수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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