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聞column

[서지문의 뉴스로 책읽기] [117] 문재인 정부의 국정 파트너는 누구?

bindol 2018. 9. 11. 04:39


프로스퍼 메리메, '카르멘'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문재인 대통령이 4·27 판문점 선언의 신속한 국회 비준을 요구했는데 국민적 의혹이 일어나니 더불어민주당이 평양 정상회담 이후에 논의하기로 일단 유예한 모양이다. 대통령은 4·27 선언의 이행에 막대한 예산이 들기 때문에 국회의 비준을 받아서 힘 있게 추진하기 위해서라고 이유를 밝혔는데, 비준 없이도 엄청난 국고가 북한으로 흘러갔는데 이제 아예 남북한을 '경제 공동체'로 만들려는 것인가 하는 불안이 국민 사이에 확산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비준을 말하기에 앞서 국민에게 4·27 선언의 경위와 이면 합의 사항 그리고 이행에 드는 비용 등 상세한 내용을 알릴 의무가 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할 때 국민은 적어도 새 정부가 국민과의 소통은 '끝내 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역대 어느 정부도 이처럼 독단적인 정부는 없었다. 모든 국내 정책은 국민 여론 수렴 과정 없이 전격 발표·강행하고, 부작용과 국민적 저항이 심하면 이상한 통계와 이론을 들고 나와 더 강경하게 밀어붙인다. 이대로 가면 우리나라는 뼈만 앙상한 부실 국가가 되고 말 것이다. 여당 대표는 20년 집권 운운하지만 행정부는 2년 이상 통치 불가능한 나라를 만들어가고 있지 않은가? 오죽하면 남한을 삼키려고 노리는 북한이 그들이 먹기 전에 살코기가 다 떨어질까 봐 소득 주도 성장을 비판하겠는가.

북한을 지극히 섬기는 이 정권이 대북 경제 지원으로 국고를 얼마나 축냈는지, 국가 기밀조차 넘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국민은 애가 탄다. 4월 27일에 김정은에게 직접 건넨 USB(이동 저장장치)에는 무슨 정보가 들어 있었으며, 그 만남의 다리에서 둘만의 오붓한 대화에서는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DMZ에서 GP 병력과 장비를 철수하고 휴전선에서 서울로 통하는 도로에서 군 방호 시설을 철거하니 북한이 남하하면 무엇으로 저지할지 국민은 근심뿐이다. 이 정부는 미국을 어루만져서 북한이 원하는 종전선언을 받 아내고, 핵 폐기는 시늉만 내면서 무한히 미룰 방법을 북한보다 열심히 모색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렇게 열심히 섬기면 김정은이 결초보은할까?

비제의 오페라로 더 널리 알려진 '카르멘'에서 돈 호세는 카르멘에게 모든 순정을 다 바치고도 배신을 당하자 카르멘을 살해하고 만다. 김정은은 남한 정권이 자기에게 복수할 결기도 없으리라 믿고서 저리도 능멸하는 것 아닐까?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9/10/201809100334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