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현진의 돈과 세상] (51) 대답보다 질문이 중요하다
우리나라에 ‘스카이 캐슬’이 있다면, 중국에는 ‘샤오서더(小舍得)’가 있다. 명문 중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초등학생들에게 고등학교 수준의 어려운 공부를 강요하는, 중국의 교육 현실을 풍자한 TV 드라마다.
어린아이들을 과중한 과외 공부로 내모는 일을 중국인들은 ‘지와(鷄娃)’라고 한다. 병아리의 피를 뽑는다는 뜻이다. 그 점에서는 우리나라도 만만치 않았다. 소위 ‘명문 중학교’ 입학을 위해서 병아리의 피를 뽑는 듯한, 아동 학대 수준의 과외 공부가 있었다. 그것이 너무 심각해지자 1969년 중학교 무시험 추첨 제도가 시작되었다.
‘명문 중학교’를 향한 입시 경쟁은 6·25전쟁이 끝난 뒤 베이비붐 때문에 시작되었다. 정부가 부지런히 중학교를 지었지만, 교육의 질과 시설이 평준화되지 못했다. ‘전기(前期) 중학교’ 입학시험에 떨어진 아이들은 ‘후기(後期) 중학교’로 발길을 돌리거나 재수를 각오해야 했다. 어린 학생들에게는 큰 상처였다.
1964년 12월 7일 전기 중학교 입학시험이 치러졌다. 자연 18번 문제는 찹쌀로 엿을 만들 때 필요한 것을 물었다. 정답은 디아스타제였는데, 상당수 학생이 ‘무즙’을 적었다. 하지만 무즙에도 디아스타제가 약간 들어 있다.
학부모들이 이의를 제기하자 서울시 교육감은 복수 정답 허용 여부를 두고 우왕좌왕했다. 당황한 교육 당국이 갈팡질팡하는 모습에 화가 난 어머니 20여 명이 교육감실에 난입했다. 그러고 실제 무즙으로 만든 엿을 들고 “이 엿 먹어 보라”며 밤샘 농성을 했다. 1964년 오늘이었다.
엄마들의 농성 뒤 교육감은 사퇴했다. 그리고 18번 문제 때문에 후기 중학교로 가야 했던 학생들은 원하던 중학교로 전학했다. 그중에는 미래의 경제 부처 장관도 있었다.
올해 대입 수능 시험 과학 과목에서 또 오류가 나왔다. 수능 출제 기관장이 사퇴했지만,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애초에 질문이 잘못되면 답이 꼬인다. 비단 시험뿐만 아니라 인생도 그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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