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보이 귀환 분위기 타고 다시 움직이는 황교안·홍준표 비대위원장의 칼 문재인 정부로만 지난 7일 오후 5시 서울 양재동 윤봉길 의사 기념관 3층 강당. 황교안 전 총리가 『황교안의 답』이란 수필집 출판 기념회를 열었다. 열기가 뜨거웠다. 200석 규모의 강당과 주차장은 일찌감치 꽉 찼고, 복도에서 영상으로 행사를 지켜보거나 차를 못 대 그냥 돌아가는 사람이 많았다.
청년 얘기를 하자는 자리인데 청년은 많지 않았다. 넥타이 차림에 머리 희끗희끗한 중장년층이 대부분이었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 인사들은 총출동하다시피 했다. 정홍원 전 총리와 장관들, 허태열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과 비서관들, 유기준·정종섭 등 친박계 의원 10여명의 모습이 보였다. 행사장에선 그가 보수 재건을 위해 활동하고 싶다는 뜻을 피력했다는 말이 나돌았다. 이런 정도로 큰 규모의 전직 총리 행사는 없었다. 정치 활동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 분명해 보였지만 딱 부러진 답변은 나오지 않았다. “어떤 의미인지는 신문에 난 대로 아니겠어요?”(허태열 전 비서실장), “당권 도전하려면 의원들 규합이 먼저인데 황 전 총리는 아직 그런 움직임이 없어요.”(김정훈 의원), “당이 엉망인데 당권은 뭘요. 아직 많이 남았잖아요?”(정종섭 의원) 다만 당권 도전과 연결 시키는 적극적인 해석은 많았다. 특히 황 전 총리와 가까운 인사들이 그랬다. 해수부 장관으로 황 전 총리와 함께 국무위원으로 활동했던 유기준 의원은 “당권 의지가 과거 10% 정도였다면 지금은 30%로 본다”며 “불태우도록 해야죠”라고 했다. 국무조정실장으로 황 전 총리의 인사청문회 준비를 맡았던 추경호 의원은 “당연히 그런 뜻이 있지 않겠어요”라고 반문했다. 홍준표 “돌아간다. 배전의 노력 다짐한다” 이번 주말 귀국하는 홍준표 전 대표 역시 당권에 다시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연말쯤엔 그가 주장했던 ‘위장 평화 쇼’ ‘경제 폭망론’이 입증될 거고 그러면 민심도 홍준표를 다시 찾을 것이란 게 홍 전 대표 쪽 주장이다. 온라인 팬카페 등에선 그의 당 대표 시절 발언을 다시 올리며 ‘홍준표가 옳았다’는 댓글을 붙이는 지지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정치 재개를 위해 사전 작업이 시작된 듯한 모습이다. 한국당엔 긴장감이 감돈다. 홍 전 대표가 당장 정치 활동을 재개하지 않더라도 SNS 글 등을 통해 과거식 거친 논쟁을 유도하면 당 전체 이미지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미국에서도 페이스북 정치를 멈추지 않았다. 얼마 전엔 “다시 갈등의 대한민국으로 들어간다. 내 나라가 선진 강국이 되도록 배전의 노력을 다할 것을 다짐한다”고 자신의 역할을 강조했다. 당내에선 그가 아직 거취 결심을 못 했다는 전언이 많다. 전당대회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 있고 정치를 재개할 여건도 무르익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다 해도 당의 가치와 방향 재정립을 추진하는 김병준 비대위와 사사건건 부닥칠 가능성은 있다. 그의 거취를 놓고 김 위원장을 찾는 원내외 인사가 부쩍 늘었다고 한다. ‘당 대표 중임 금지 조항’ 신설 제안이나 홍 전 대표 제명 요구를 김 위원장에게 한다는 것이다. ‘막말과 독선적 당 운영으로 선거 패배와 보수 궤멸에 결정적 역할을 한만큼 차기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당 요직 복당파 장악 속 김무성 기지개 복당파 수장으로 불리는 김무성 의원도 발걸음이 빨라졌다. 얼마 전 국회서 세미나를 열더니 13일엔 대정부질문 첫 질의자로 나선다. 문 정부를 향한 쓴소리가 부쩍 커졌다. 그는 한국당 복당 이후 전면에 나서지 않고 공식 활동을 자제해 왔다. 당내선 ‘20대 총선 공천의 책임 있는 사람을 어떻게 21대 총선 관리자로 내세우느냐’는 반대론이 있다. 하지만 홍 전 대표 움직임이 활발해질수록 김 의원이 나설 명분도 커지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있다. 그의 주변에선 “보수 통합에 필요하다면 당권 도전을 할 수 있다”는 식의 말이 번져간다. 복당파로 분류되는 김용태 사무총장, 홍철호 비서실장, 김세연 중앙연수원장 등이 당 요직을 차지한 것도 김무성 의원이 조만간 전면에 나설 것이란 관측을 낳는다. "비대위 활동 완성은 보수대통합 전대” 그래서 김용태 사무총장에게 물었다.
문제는 보수대통합 전당대회가 말처럼 쉽지 않다는 거다. 보수통합으로 가자면 어느 정도의 인적 청산이 필요한데 인적 청산에 나서는 순간 당은 다시 요동칠 게 틀림없다. 당내선 벌써부터 ‘선출되지 않은 리더십을 따를 이유가 없다’는 말이 공공연하다. 더 큰 문제는 한국당 중심의 야권 통합엔 관심이 없다는 바른미래당의 입장이다. 손학규 대표에게 한국당의 2월 통합전대에 대해 물었더니 고개를 저었다. 그는 “우리 정치지형 자체가 이미 진보로 많이 움직였다”며 “바른미래당 중심의 중도통합만이 민주당에 맞설 대안 세력이 될 수 있다”고 답했다. 인적 청산 나설 효과적 수단 없는 비대위 김병준 위원장이 인적 쇄신에 손대지 않다 보니 지금으로선 의원들 각자에게 미치는 영향이랄 게 없다. 당장은 다들 팔짱 끼고 지켜보는 중이라고 보는 게 맞다. 지난 총선 전 민주당에서 영입한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과감한 우클릭과 인적 청산으로 중도층을 잡은 것에 비하면 다소 미지근해 보이는 풍경이다. 말하자면 담론 정치인데 ‘홍준표 전 대표에 비해 품격은 있지만 흥행 요소는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의 한쪽에선 김병준 위원장의 대중 흡인력이 약해 당 존재감이 없는 만큼 책임 있는 리더십을 연내에 세우자는 조기 전대 요구가 커져 간다. 아마도 추석 이후엔 그런 목소리에 힘이 실릴 기세다. 보수 쪽 모든 주자들이 총출동한 통합 전당대회로 집단지도체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게 김병준 비대위의 생각이다. 하지만 그런 계획이 오히려 홍 전 대표 등에게 움직일 공간을 열어주며 비대위 활동을 더욱 위축시키는 모양새다. 중진들의 전대 요구와 올드 보이들의 당권 도전설이 함께 엮이며 본격적으로 전운이 감돌기 시작하는 한국당이다. 최상연 논설위원 [출처: 중앙일보] [최상연 논설위원이 간다] 김용태 “통합전대에 홍준표·김무성 출마 막기는 어렵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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