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75] 요즘 중국의 눈썹
지붕 아래 처마는 그 집채가 지닌 기세(氣勢)를 잘 드러낸다. 그래서 사람 얼굴 중 처마에 해당하는 부분이 주목받았던 모양이다. 이마 아래, 눈 위에 걸치는 부분인 눈썹이다. 한자로는 미(眉), 처마의 뜻을 그에 덧붙이면 미우(眉宇)다.
우선 미인 형용에 이 눈썹이 자주 등장한다. 나방 또는 누에와 같은 모습의 눈썹을 아미(蛾眉)라고 했다. 때로는 버드나무 잎처럼 생겼다고 해서 유미(柳眉), 유엽미(柳葉眉)다. 초승달을 닮았다는 뜻에서 미월(眉月)로도 불렀다.
눈썹과 그 아래의 눈을 함께 지칭하면 미목(眉目)이다. 안으로 품은 사람의 기운이 겉으로 드러나는 ‘창구’와 같아 역시 관심을 받았다. 달리는 미첩(眉睫)이라고도 적는다. 모두 사람의 감정이 아주 잘 드러난다고 해서 널리 쓰인 단어다.
기분이 좋아 눈썹이 이마 쪽으로 오를 때는 양미(揚眉)다. 왕성한 기운을 뱉어낼 때 모습을 함께 붙이면 양미토기(揚眉吐氣)라는 성어다. 눈썹이 날아오르고 기색이 춤을 추듯 하는 모양은 미비색무(眉飛色舞)다. 한국 테크노 가수 이정현의 ‘바꿔’라는 노래를 중국인들이 이 제목으로 바꿔 불러 공전의 유행을 타기도 했다.
화가 치밀 때는 눈썹이 옆으로 늘어나는 모양이다. 그 모습은 횡미(橫眉)다. 상황이 더욱 나빠지면 근심에 잠긴다. 수미(愁眉)는 걱정에 사로잡혀 찌푸리는 미간이다. 위기를 맞이할 때의 눈썹은 초미(焦眉)로 형용한다. 불이 눈썹에 옮겨붙을 수 있는 다급한 상황이다. 연미(燃眉) 또는 소미(燒眉)라고도 적는다.
눈썹을 치켜올리며 거세게 기운을 뽐내던 중국의 요즘 상황이 퍽 어렵다. 경기는 하강 추세를 굳히고 코로나 변종 바이러스가 다시 번진다. 곧 치를 베이징(北京) 동계올림픽도 걱정이다. “때와 형세가 모두 우리 편”이라고 했던 지난해 초 호언이 어두운 미간에 잠기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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