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희우(喜雨)
중앙일보
유자효 시인
희우(喜雨)
최승범 (1931- )
호박잎 비 듣는 소리
휘몰이 장단이다
- 어 시원하다
- 어 시원하다
목이 탄
푸성귀들은
신바람에
자지러진다
- 우리시대현대시조100인선
사람이 시고, 시가 사람
휘몰이 장단처럼 시원한 작품이다. 시인의 귀는 가뭄에 목이 탄 푸성귀들이 비를 맞아 신바람에 자지러지는 소리를 듣는다. 두보의 시 ‘봄밤에 내리는 반가운 비(春夜喜雨)’에서 ‘좋은 비는 때를 알아 내리니/봄을 맞아 만물이 싹을 틔운다(好雨知時節/當春乃發生)’의 세계를 연상시킨다. 1300년을 격하고 있는 두 시인의 만남이 새롭다. 중장에서 약간의 변형을 꾀했다. 그는 절장시조, 양장시조도 시도하였다.
선비의 품격을 보여주는 최승범 시인은 신석정 시인의 맏사위이다. 신 시인이 ‘일림아 촛불을 켜라’라고 읊었던 신일림 여사가 부인인데 지난달 작고하셨다. 그의 시조는 그의 생활처럼 진실되고 성실하다. 그 진실성이 ‘등불로 걸려있는 내 마음의 고향은 봄빛깔이다’(고향·1) 같은 탁월한 표현을 이끌어낸다. 사람이 시고, 시가 사람이라는 것을 그에 이르러 공감한다. 전주에서 그의 호를 딴 고하문학관을 외로이 지키고 있다.
유자효(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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