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가 있는 아침

(21) 탄로가(嘆老歌)

bindol 2022. 1. 27. 16:00

(21) 탄로가(嘆老歌)

중앙일보

유자효 시인

탄로가(嘆老歌)

우탁 (1262-1342)
한 손에 막대 잡고 또 한 손에 가시 쥐고
늙는 길 가시로 막고 오는 백발 막대로 치렸더니
백발이 제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

- 청구영언

 

가장 오래된 시조

이 작품은 전해지는 시조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이다. 또한 가장 오래 패러디되어 불리고 있는 시조이기도 하다, 춘향전에 ‘탄로가’가 나오고, 잡가 ‘백발가’도 이 시조의 발상을 그대로 따와 ‘오는 백발 막으려고 우수에 도끼 들고 좌수에 가시 들고 오는 백발 두드리며 … 가는 홍안 절로 가고 백발은 스스로 돌아와 귀 밑에 살 잡히고 검은 머리 백발되니’로 노래한다. 최고 최장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시조라고 하겠다.

우탁은 호 역동(易東)이 암시하듯이 뛰어난 역학자였다. 고려사 열전에 ‘복서(卜筮)가 맞지 않음이 없다’고 기록되었다. 당시 새로운 유학인 정주학(程朱學)이 수용되고 있었는데, 이를 깊이 연구해 후학들에게 전해주었다.

그는 충선왕이 패륜을 저지르자 목숨을 내놓고 극간해 왕을 바로잡은 선비 정신의 표상이었다. 조선조에 와서 이황의 발의로 1570년(선조 3년) 예안에 역동서원이 창건되었다.

그는 탄로가 한 수를 더 남겼는데 그 시조도 널리 불렸다.

춘산(春山)에 눈 녹인 바람 건듯 불고 간 데 없다
적은 듯 빌어다가 머리 위에 불리고저
귀밑에 해묵은 서리를 녹여볼까 하노라

유자효(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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