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가 있는 아침

(77) 삼각산아 한강수야

bindol 2022. 1. 28. 15:44

(77) 삼각산아 한강수야

중앙일보

입력 2021.06.24 00:16

 

유자효 시인

삼각산아 한강수야

김상헌 (1570∼1652)
가노라 삼각산아 다시 보자 한강수야
고국산천을 떠나고자 하랴마는
시절이 하 수상하니 올동말동 하여라

-병와가곡집

 

이기기 위해서 군대를 양성한다

1637년 2월 24일, 인조가 남한산성에서 내려와 삼전도에서 청의 숭덕제 앞에 무릎을 꿇고 땅바닥에 이마를 찧으며 절하는 항복 의식을 치름으로써 석 달 동안의 치열했던 병자호란은 끝났다. 전쟁 포로로 수십만에 이르는 백성들이 청에 끌려가 그 사회적 피해가 유례없이 막대했으니 환향녀(還鄕女), 호로(胡虜)자식 등이 그때 생겨난 말들이다. 끝까지 싸울 것을 주장한 예조판서 김상헌(金尙憲)은 전범으로 찍혀 소현세자·봉림대군과 함께 청에 잡혀갔는데, 그때 읊은 시조다.

한양의 진산(鎭山)인 삼각산과 한강은 모두 고국을 뜻한다. 패전국의 포로이니 그 생사를 짐작할 길이 없다. 돌아올지 못 올지 알 수 없는 길을 끌려가며 분한 눈물을 삼킬 뿐이다.

우리가 왜 국력을 키우고 강한 군대를 양성하는가? 이런 꼴을 겪지 않기 위함이다. 전쟁이란 나라가 가진 모든 자산과 에너지를 총동원하는 대결이다. 이긴 자가 진 자의 모든 것을 다 가지는 싸움이다. 전쟁은 없어야겠지만 만일 발발하면 꼭 이겨야 한다. 흥망성쇠를 모두 겪은 역사의 선조들이 피눈물로 후세에 전하는 당부라고 하겠다. 호국(護國)의 진정한 의미를 일깨우는 비장한 우국가(憂國歌)가 이 시조다. 그런데 우리 정부의 결기는 어떠하며 군의 기강은 과연 어떠한가?

유자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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