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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에 읽는 조용헌 살롱] 韓食의 세계화

bindol 2022. 2. 3. 05:00

[설날에 읽는 조용헌 살롱] 韓食의 세계화

입력 2022.01.31 10:06
 

지나고 보니까 후회가 된다. 한번 지나간 일은 후회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그래도 앙금이 남는 게 인생이다. 코로나가 오기 전에 유럽의 멋진 식당 앞을 지나가면서 돈 아낀다고 식당 문을 박차고 들어가지 못한 일이다. 그때 그 레스토랑을 들어가서 맛을 봤어야 하는데….

파리 상젤리제 8구에 위치하고 있는 르 파비용 르두아양은 프랑스에서 알아주는 레스토랑이었다. 가 보고 싶었지만 비쌌다. 1인당 음식값만 700달러 정도인데다가 와인도 보통 500-600달러짜리는 시켜야 하니까 한끼 식사에 1000달러가 훌쩍 넘어가는 고급 레스토랑이었다. 음식도 음식이지만 이 식당의 내부 장식이 신고전주의적 인테리어라고 해서 유명하였다. 신고전주의 인테리어는 과연 어떻게 생겼단 말인가? 그 나라에 가서 최고급 레스토랑을 한번 가 봐야 그 나라 고급문화의 속살을 보는 것 아닌가.

‘한식도 이제 세계에 내 놓을 타이밍이 도래했다’고 주장하는 조태권(74) 회장. 조태권을 만나서 ‘식문화’에 대해 이야기 해보니까 나의 말 발이 밀렸다. 이 양반은 20대 후반부터 대우 김우중 회장의 척후병 역할을 맡으면서 세계 유명 레스토랑들을 출입할수 있었다. 주 종목이 한국산 군수품을 외국에다 파는 일이었기 때문에 유럽과 중동의 군수 재벌들을 상대하는 일이었다. 군수 재벌들과의 비즈니스는 같이 밥먹는 일이었다. 그 나라의 최고급 식당에서 미팅이 이루어졌다. 구라파의 고급 식당 수백군데를 다니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어떤 안목이 생긴 셈이다. 이런 안목은 돈을 쓰지 않고는 생길 수가 없다.

 

“왜 식당이 의식주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를 하는 것입니까?” “고급식당이야말로 그 나라 문화의 핵심입니다. 밥만 먹는게 아니라 식당에서 장식품, 공예품도 보고, 그 식당에 온 사람들이 입는 옷차림새, 구두, 시계도 보고, 벽에 걸린 그림도 보고, 음식을 담아 오는 각종 그릇들의 촉감과 디자인도 봅니다. 식당이 갤러리와 박물관의 역할도 하는 것입니다. 문화 전파는 식당에서 이루어진다고 봅니다” 조태권 이야기로는 이제 한식도 세계에 내 놓을 타이밍이 도래했다고 한다.

한국의 음악, 댄스, 영화, 휴대폰이 세계에서 먹힌다. 그 다음에는 한국의 음식이 세계에 먹힐 차례라는 것이다. “한식의 경쟁력은 어떤 부분입니까?” “김치와 산나물이라고 봅니다. 김치는 발효 음식의 정수이고 산나물을 요리해서 먹는 문화가 한국처럼 발달한 나라도 없습니다.” 그 나라의 정체성은 그 나라의 음식과 무관할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