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가 있는 아침

(114) 금매화(金梅花)

bindol 2022. 3. 15. 05:06

(114) 금매화(金梅花)

중앙일보

입력 2022.03.10 02:17

유자효 시인

금매화(金梅花)
이광수(1892-1950)

오늘 오는 비는 진달래 떨우는 비
비마저 흙 묻어 송이송이 지는 그를
금매화 뒤이어 피니 더욱 비감하여라.

-문예공론(1929.6)

대통령은 역사와 대화하는 사람

『무정』『흙』 등의 장편소설로 한국 현대소설을 개척한 춘원(春園) 이광수(李光洙)는 시조를 많이 썼다. 이 작품은 봄비에 지는 진달래꽃을 애달프게 바라보는 마음을 읊고 있다. 떨어져 송이송이 흙비에 묻는 진달래가 다 지면 화사한 금매화가 뒤이어 필 것이다. 그것이 더욱 작자의 마음을 슬프게 한다.

춘원은 1917년 매일신문에 연재한 ‘오도답파여행기(五道踏破旅行記)’를 위시해서 1935년 ‘시조 4수’에 이르기까지 시조를 많이 발표했다. 육당 최남선, 가람 이병기, 노산 이은상과 함께 시조 부흥 운동에 앞장섰다.

1919년 1월 일본에서 조선청년독립단에 가담해 ‘2·8독립선언서’를 작성한 뒤, 상하이로 건너가 신한청년단에 가담했다. 귀국 후 동아일보 편집국장, 조선일보 부사장을 지냈으나 수양동우회 사건으로 투옥된 후인 1938년부터 친일행위로 기울어졌다. 해방 후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에 체포됐고, 6·25 전쟁 중 납북돼 1950년 10월 25일 사망했다.

제20대 대통령이 선출됐다. 러시아의 침공에 대항해 싸우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나는 대통령이기 때문에 죽음을 두려워할 권리가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은 역사와 대화하는 사람이다. 그 대화가 부디 조국(祖國)의 미래를 향해주기를······.

 

유자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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