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산책

[수학 산책] 5200만 한국인 중 머리카락 수 같은 사람… 산술적으로 추정 가능해요

bindol 2022. 3. 29. 18:19

 

[수학 산책] 5200만 한국인 중 머리카락 수 같은 사람… 산술적으로 추정 가능해요

비둘기 집의 원리

네 마리의 비둘기를 3곳의 비둘기 집에 넣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 경우 두 마리 이상 비둘기가 들어간 집이 반드시 생기겠죠. 19세기 독일의 수학자 페터 디리클레(1805~1859)는 이런 내용의 '비둘기 집의 원리'를 통해 다양한 수학 원리를 밝혀냈는데요. 지극히 당연하게 보이는 이 원리가 다양한 수학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쓰인다는 사실 알고 있나요?

이 원리의 핵심은 'n+1개'의 물건을 'n개'의 상자에 넣을 때 적어도 어느 한 상자에는 두 개 이상의 물건이 들어간다는 점인데요. 간단한 예를 들면 구슬 30개를 7명의 사람에게 나눠줄 때 적어도 한 명은 5개 이상의 구슬을 받게 된다거나, 엘리베이터에 세 사람이 탔는데 층 버튼이 2개만 눌려 있을 때 적어도 두 사람은 같은 층에 살고 있다거나 하는 등의 경우가 해당돼요.

이 원리는 다양한 분야에 응용할 수 있답니다. 예컨대 학생 수가 13명인 학원에서 같은 달에 태어난 사람은 반드시 두 명 이상 존재하게 되는데요. 이것도 이 원리를 이용해서 설명할 수 있어요. 1년이 12개월이기 때문에 12개월을 비둘기 집으로 생각하고 이 집에 13마리의 비둘기를 넣는다고 생각하면, 어떤 방에는 적어도 2명이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 생기는 거예요.

실제로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이 같은 원리를 이용하면 우리나라 전체 국민 중 같은 개수의 머리카락을 가진 사람이 몇 명인지도 산술적으로 추정해 볼 수 있어요. 지난 1월 기준 우리나라 인구는 약 5200만명인데요. 사람의 머리카락은 많으면 약 20만 가닥까지 자란다고 해요. 그러니 계산하기 쉽게 최대 머리카락 수를 20만 가닥으로 가정해 볼게요.

처음 설명했던 비둘기 사례에 대입해 보면, 이 경우 5200만명의 사람이 비둘기가 되는 거예요. 머리카락이 하나도 없는 사람부터 20만개까지 있는 사람들이 집에 나눠 들어가야 하는 비둘기가 되는 거죠. 머리카락 수가 같은 사람이 몇 명이냐는 질문은 집이 같은 비둘기가 몇 마리냐는 질문과 같아져요. 즉, 20만개의 비둘기 집에 5200만 마리의 비둘기를 넣는 문제가 되는 거예요. 5200만을 20만으로 나누면 260이 되니 적어도 260명은 같은 수의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는 셈이 된답니다.



이광연 한서대 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