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산책

[수학 산책] 1600년대부터 점으로 정수와 구분… 미국은 마침표, 유럽은 쉼표 써요

bindol 2022. 3. 11. 10:26

 

[수학 산책] 1600년대부터 점으로 정수와 구분… 미국은 마침표, 유럽은 쉼표 써요

입력 : 2022.03.10 03:30

소수(小數) 표기법

선거가 끝나면 언론 매체에서는 각 후보자의 득표율을 공개해요. 득표율은 45.3%처럼 '소수(小數)'를 이용해 나타내죠. 소수는 0보다 크고 1보다 작은 수를 말합니다. 소수는 물건의 무게, 상품의 성분, 이자율 등 일상에서 다양한 경우에 자주 쓰이죠.

정수와 소수 사이에 점을 찍어 구분하는 기호를 '소수점'이라고 해요. 소수점의 왼쪽으로는 차례대로 일의 자리와 십의 자리 등을 적고, 오른쪽으로는 차례로 분모가 10의 배수인 분수를 적어요. 그렇다면 지금과 같이 정수의 오른쪽에 점을 찍어 나타내는 소수 표기법은 언제부터 시작됐을까요?

네덜란드의 수학자 시몬 스테빈이 소수 표기법을 처음 고안했어요. 그는 1585년 '10분의 1에 관하여'라는 자신의 책에서 이 방법을 제안했는데요. 정수 부분과 소수 사이에 ⓞ을 넣어 구분하고, 그 뒤로 이어지는 소수를 자릿값에 따라 ①②③④를 붙이며 표현했어요. 예를 들어 12.345를 나타낼 때는 '12ⓞ3①4②5③'처럼 표기했죠.

이후 여러 수학자는 자신만의 표기법을 고안해 사용하기 시작했는데요. 프랑스의 수학자 프랑수아 비에트는 1600년에 정수와 소수 사이에 막대기 기호 'I'를 넣어 값을 구분했고, 1616년 독일의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는 '(' 기호를 넣어 구분했죠. 1617년 영국의 수학자 존 네이피어는 12.345를 12:3′4′′5′′′라고 썼어요.

동양에서는 소수를 나타내는 한자가 하나씩 있었어요. 0.1부터 차례로 '분(分)' '이(釐)' '모(毛)' '사(絲)' '홀(忽)' '미(微)' '섬(纖)' '사(沙)' '진(塵)' '애(埃)' '묘(渺)' '막(漠)' '모호(模糊)' '준순(逡巡)' '수유(須臾)' '순식(瞬息)' '탄지(彈指)' 등으로 불렀죠. 동양의 단위를 이용하면 12.3456을 '십이와 삼분사리오모육사'로 표현할 수 있어요. 특히 '분'은 '푼'으로 읽기도 했는데, 우리의 일상 언어에도 남아 있어요. 예컨대 "실력을 십분 발휘하다"처럼 사용하죠. '십분(十分)'은 '충분히'를 의미해요. 0.1이 10개 있으니 1을 뜻하고, 비율로 나타내면 100%인 셈이에요. '거의'를 뜻하는 '팔구분(八九分)'은 말 그대로 '열로 나눈 것 중에서 여덟이나 아홉'을 나타내요. '꽤 많다'를 뜻하는 '다분(多分)하다'도 있고요.

오늘날처럼 점으로 정수와 소수를 구분해 표기하기 시작한 건 1691년으로, 프랑스 수학자 자크 오자낭이 처음으로 사용했어요. 우리나라와 미국 등에서는 마침표로 소수를 구분하지만, 유럽에서는 쉼표를 이용한답니다.
이광연 한서대 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