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 살롱] [1342] 옷은 영혼, 신분, 돈
대통령 영부인의 옷 문제가 사그라들지 않고 계속 논란이 되고 있다. 논란이 되면 칼럼 소재이다.
옷이란 무엇인가? 동아시아의 고대인들에게 옷은 영혼을 상징하였다. 필자가 어렸을 때 장례를 보면 죽은 사람을 땅에다가 묻고 난 후에는 그 사람이 생전에 입었던 옷을 불에다가 태우는 관습이 있었다. 다른 사람이 재사용할 수도 있는데 굳이 태울 필요가? 옷에는 망자의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불로 태워야만 했다. 아깝지만 망자의 영혼이 붙어 있는 옷을 산 사람이 입으면 귀신이 붙는다고 믿었던 것이다.
옷에는 혼이 깃들어 있다. 일본의 한자 권위자였던 시라카와 시즈카(白川靜)는 의지한다는 의미의 ‘依’ 자를 ‘사람에게 의지한다’는 의미가 아니라고 해석한다. ‘사람에게 혼을 옮긴다’는 의미라고 본다(’주술의 사상’). 옷은 혼령이 옮겨가는, 즉 빙의(憑依)되는 매개물이다. 여기에는 육체라고 하는 것이 영혼을 감싸는 하나의 옷이라고 보고, 육체가 죽어버리면 일상의 옷이 육체 역할을 대신한다고 믿는 사생관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요즘에도 꿈을 해석할 때 옷을 갈아입는 꿈을 꾸면 신분이 바뀌거나 직장 또는 상황이 바뀌는 의미로 해석한다.
필자도 베스트셀러를 냈을 때는 번쩍거리는 금단추가 달린 옷으로 갈아입는 꿈을 꿨던 적이 있다. 좋은 옷으로 갈아입으면 길몽이고 다 떨어진 허름한 옷을 입으면 부도날 조짐이다. 인도의 카스트에서도 상류층 브라만 계급은 흰옷을 즐겨 입고, 밑바닥의 수드라(천민) 계급은 검정 계통을 입었다. 흰색 옷은 정화된 영혼을 상징한다. 불교의 흰색 옷을 입은 관음보살인 백의관음(白衣觀音)도 같은 맥락이다. 용도 여러 색깔의 용 중에서 백룡(白龍)이 가장 수준 높은 용에 해당한다. 인도인들에게 검정은 업장(karma)이 두터운 색으로 여겨졌다.
샤넬이 선호했던 ‘블랙 앤드 화이트’ 패션은 사제 계급인 브라만 색과 밑바닥 색의 기묘한 결합이다. 지금은 신분제도가 사라졌다. 신분제도가 없어진 이후의 옷은 돈을 나타낸다. 돈이 신분이 되었기 때문이다. 수천만원씩 하는 명품 패션은 돈으로 살 수 있고, 이 명품 패션은 사이비(似而非) 브라만 계급을 배출해 내고 있다. 돈이 없는 사람은 이 명품 앞에서 기가 죽고, 계급적 열등감을 느낀다. 권력은 왜 잡는가? 명품을 걸쳐서 서민들에게 위압감을 주고 ‘네 인생은 별 볼일 없다’는 계급적 열등감을 주려고 잡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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