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158] 마기꾼, 마실감, 마르소나
느낌이 이상했다. 뭔가 새로웠으며 그 새로움 때문인지 믿을 수 없을 만큼 상쾌했다. 몸이 더 젊고 더 가볍고 더 행복해진 느낌이었다. 그 안에 통제할 수 없이 무모해진 내가 있었다. 감각적인 이미지들이 마구 얽힌 채 머릿속을 급류처럼 흘러갔다. 의무감은 녹아내렸으며, 영혼은 낯설고 순수하지 않은 자유를 갈구했다. 마치 와인을 마실 때처럼 나는 쾌감을 느꼈다. - 로버트 스티븐슨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 중에서
거리 두기가 해제되었지만 마스크 쓰기는 계속된다. 사실 한적한 실외에서 마스크가 의무였던 적은 없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한산한 등산로나 산책길에서, 혼자 자전거를 타고 혼자 조깅하면서도 마스크를 벗지 못했다. 마스크 쓰고 꽃놀이 데이트를 하고 마스크 씌운 아기를 안고 가족 사진을 찍는다.
마스크가 좋다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햇볕에 얼굴이 타지 않아서, 화장을 안 해도 되니까, 못생긴 얼굴이 가려지니까. 마스크 벗었을 때 못생겨 보이는 사람을 ‘마기꾼’이라고 한단다. 마스크와 사기꾼의 합성어다. 마스크 의무가 해제되면 마실감(상실감)을 호소하는 사람도 많을 것 같다. 건강보다는 싫은 소리 듣기 싫어 썼던 마스크는 자신을 감추는 마르소나, 즉 또 다른 가면 페르소나가 아니었을까.
페르소나를 대표하는 소설의 지킬 박사는 선과 악을 분리하는 실험에 성공한다. 그는 자신이 개발한 약을 먹고 악의 화신, 하이드가 된다. 억압해두었던 본성을 발현시킬 때의 쾌감은 굉장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의 선한 영혼은 하이드에게 점령당해 사라져간다.
혹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을 보면 화가 나지 않는지. 우월감을 느끼고 마스크를 쓰라며 혼내주고 싶지 않은지. 억눌렸던 인격이 마스크 안에서 자란 건 아닐까. 세 살부터 마스크를 쓴 아기들은 여든까지 벗지 못할 수도 있다. 어른들도 쇼윈도에 비친 자기 민얼굴을 보면 화들짝 놀랄지도 모른다.
확진자가 매일 수십만씩 나온다면서도 제재를 푼다는 건 그만큼 위험성이 낮다는 뜻이다. 이제 가면을 벗어야 한다. 얼굴과 표정을 되찾아야 한다. 거리에서 만났을 때 웃으며 반겨주던 환하고 아름다운 당신의 미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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