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서영의 별별영어] 프레지던트(president)
채서영 서강대 영문학과 교수
대선이 다가왔습니다. 영어로 대통령을 뜻하는 프레지던트(president)는 본래 여럿이 모일 때 ‘앞에(pre) 앉는(sid) 사람(ent)’이라는 의미예요. ‘회의를 주재하다’라는 ‘preside’와 어원을 공유하며 ‘학생회장, 모임의 장, 사장’을 가리키기도 합니다.
이 단어의 뿌리는 라틴어 prae와 sidere이지만, 역사적으로는 라틴어의 후손인 중세 프랑스어에서 유래했습니다. 1066년 영국 왕 에드워드가 후사 없이 죽자 바다 건너 노르망디의 공작 윌리엄이 친척으로서 계승권을 주장하며 쳐들어옵니다. 이를 ‘노르만의 정복’이라고 하는데 지배층이 프랑스어를 쓰는 사람들로 바뀌어 200여 년간 영어가 수모를 겪지요. 그래서 게르만어 계통 언어인 영어에 프랑스어 단어들, 특히 문화와 사회제도 관련 용어가 많이 들어왔고 president도 그중 하나입니다.
이를 ‘민주주의 국가의 수반’이라는 의미로 처음 사용한 것은 미국인들입니다. 초대 대통령은 조지 워싱턴이지요. 그가 맡을 새 직위의 명칭으로 극존칭 ‘highness’와 ‘excellency’가 들어간 길고 다양한 문구들이 고려됐는데 많은 사람이 숙고한 끝에 ‘선출되어 잠시 나라를 대표한다’는 의미로 president를 택합니다. 즉, 이 단어에는 한 사람에게 힘을 실어 주면서도 평등을 강조하고 부작용을 배제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우리말 ‘대통령’은 한자어라서 ‘대(大), 통(統), 령(領)’이 각각 의미를 갖는다고 볼 수 있지만, ‘통령’이 단어를 이뤄 근대기에 조선, 청나라, 일본에서 두루 쓰였습니다. 이는 ‘선단을 이끄는 자’ 혹은 ‘장군’을 지칭하는 관직명이었다고 해요. 여기에 ‘클 대(大)’자를 붙여 임시정부 시절부터 사용했습니다. 대만에서는 같은 직위를 ‘총통’이라 부르는데 여기에 ‘대’는 붙이지 않네요. 그래서인지 대통령은 권위적이라는 느낌을 줍니다.
하지만 어원과 상관없이 ‘대통령’의 의미를 만들어가는 것은 지금 이 단어를 사용하는 우리들입니다. 어느 자리에 있든 누구나 민주주의의 주체로서 최선을 다한다면, 대통령을 ‘통치하는 큰 권력자’가 아닌 ‘우리를 대신해 잠시 나라 살림을 맡아 민주주의의 근간을 세우는 지도자’라는 의미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워싱턴은 연임 후 더 일해 달라는 청을 받았지만 “권력을 사랑하면 독재에 빠지기 쉽다”며 물리치고 국민에게 “지나친 당파의 대립과 권력의 집중을 끊임없이 경계하라”는 말을 고별사에 남깁니다. 세계 최초의 대통령이 후대에 전하는 당부일 것입니다.
채서영 서강대 영문학과 교수
'번역기도 모르는 진짜 영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채서영의 별별영어] 허쉬 초콜릿 (0) | 2022.04.30 |
---|---|
[채서영의 별별영어] 실수를 통해 유창해지는 영어 (0) | 2022.04.30 |
[채서영의 별별영어] 스프링(spring) (0) | 2022.04.30 |
[채서영의 별별영어] 해피 이스터(Happy Easter) (0) | 2022.04.30 |
[채서영의 별별영어] 매버릭(Maverick) (0) | 2022.04.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