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서영의 별별영어] 해피 이스터(Happy Easter)
채서영 서강대 영문학과 교수
부활절이 다가옵니다. 영어로는 이스터(Easter)라고 하는데 앵글로 색슨족이 섬기던 봄의 여신 Eostre에서 유래했다고 추측되지요. 이 말보다 부활의 의미가 더 담겨 있는 것은 달걀인 것 같습니다.
달걀이 부활절의 상징이 된 이유는 겉으로 봐선 느껴지지 않지만 안에 생명력이 잠재해 있기 때문인데요, 달걀껍데기가 빈 무덤을 상징한다는 해석과 역사적인 배경도 있습니다. 오래전 기독교인들은 예수님이 당한 고난을 함께하는 의미로 40일간 절제하고 마지막 일주일은 철저히 한 끼를 굶는 금식을 했지요. 그동안 닭장에 달걀이 쌓이자 마지막 날 삶아서 나누고 함께 깨뜨리면서 부활을 축하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예수님이 흘린 피를 상징하는 붉은색으로 물들였는데 점차 다양한 색깔과 정교한 장식으로 바뀌었지요.
그래서 부활절에 어른들은 서로 삶은 달걀 꾸러미를 선물하고, 아이들에게는 예배 후 교회 정원에 숨겨 둔 달걀을 찾게 하는 풍속이 생겼습니다. 달걀 찾기(egg hunt)에는 곧 토끼와 초콜릿이 더해졌어요. 토끼는 한 번에 새끼를 많이 낳는지라 새 생명의 상징이고 달걀 숨기는 역할을 맡아 재미를 더합니다. 초콜릿은 달고 부드러워 서양의 기념일마다 등장하는데 달걀과 토끼 모양으로 만들기 쉬워 인기예요.
영어로 ‘토끼’는 ‘래빗(rabbit)’이 먼저 떠오르지요? 이것이 일반적인 명칭이고 야생토끼 ‘헤어(hare)’도 있지만, 부활절 토끼는 ‘버니(bunny)’라고 부르는 어리고 작은 토끼입니다. 큰 쥐(rat)와 생쥐(mouse)를 구분하듯 크기와 느낌이 다르죠. 귀여운 ‘Easter bunny’는 병아리와 함께 새로운 시작을 알립니다.
이런 풍속에 따라 ‘Easter egg’에 부차적인 뜻이 생겨났습니다. 즉, 색칠한 달걀처럼 ‘두터운 화장을 한 얼굴’, 혹은 에그 헌트의 달걀처럼 ‘숨겨 놓은 뜻밖의 재미’를 뜻하게 된 것이죠. 부활절 카드에 찾고자 하는 것을 꼭 찾으라며 “해피 서칭(Happy Searching)!”이라 적기도 해요.
부활은 봄과 만나 희망의 축일이 됐습니다. 혹시 어린 시절 부활절 달걀을 받아 본 기억이 있으신지요? 예쁘게 칠한 달걀이 안겨 주는 풍요로움과 달콤한 초콜릿 달걀을 찾아내는 기쁨은 상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얼마 전 교황께서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에게 선물한 초콜릿 달걀 역시 전쟁의 공포를 딛고 일어서라는 희망을 상징합니다. 사람은 희망 없이는 살 수 없으니까요. 행복한 날 보내세요. 해피 이스터(Happy Easter)!
채서영 서강대 영문학과 교수
'번역기도 모르는 진짜 영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채서영의 별별영어] 프레지던트(president) (0) | 2022.04.30 |
---|---|
[채서영의 별별영어] 스프링(spring) (0) | 2022.04.30 |
[채서영의 별별영어] 매버릭(Maverick) (0) | 2022.04.30 |
[번역기도 모르는 진짜 영어] serendipity (0) | 2021.12.25 |
[번역기도 모르는 진짜 영어] anti-vaxxer (0) | 2021.12.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