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의 간신열전] [133] ‘오얏나무’ 속담에 대한 오해
이틀 전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있었다. 예상대로 파행으로 끝났다. 다른 후보자와 달리 정 후보자에 대해서는 국민의힘에서조차 법적 문제를 떠나 자녀의 편입학이 오해를 부를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정 후보자는 요지부동이다. 본인 문제로 임명권자인 윤석열 당선인 지지율까지 떨어지는데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다. 오히려 법적으로뿐만 아니라 도덕적으로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세우다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에게 거센 반발을 샀다. 그런데도 억울하다는 태도를 굽히지 않으며 이런 말을 했다.
“오얏나무 밑에서 갓끈 고쳐 쓰지 말라는 속담이 있는데 그 내용을 가슴 깊이 느끼게 된다.”
자기 잘못은 아닌데 우연히 그렇게 됐다고 여기고 이 말을 인용한 듯하다. 그러나 이 말의 본뜻을 새긴다면 결코 이런 순간에 인용할 말은 아니다.
이 말은 속담이 아니라 ‘명심보감’이란 책에 실려 있는 태공(太公), 즉 강태공의 명언이다.
“오이밭에서는 신발 신지 말고 오얏나무 밑에서는 갓을 바로하지 말라[瓜田不納履 李下不整冠]!”
우리는 흔히 이 말을 오해받을 짓 하지 말라고 풀이한다. 정 후보자가 인용한 의도도 그런 문맥이다. 그러나 이런 풀이는 틀린다고는 할 수 없지만 좀 더 깊이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단순히 오해를 피하라는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은 늘 자기 자신을 부정적으로 지켜볼 수 있으니 처음부터 구실을 주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읽어야 태공의 본뜻에 가깝다.
특히 이를 공인의 처신에 관한 격언으로 읽으면 그 뜻은 더욱 분명해진다. 공인이 되고자 하는 사람이 구실을 주었다면 그것만으로도 이미 자격 상실이다. 후보자가 공인으로서 어떤 수준의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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