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字의 비밀

[漢字의 비밀] 스승(師)의 참된 의미

bindol 2022. 5. 7. 04:13

[漢字의 비밀] 스승(師)의 참된 의미

중앙선데이

입력 2022.05.07 00:24

한자의 비밀

 

‘스승의 날(5월 15일)’은 1964년에 만들어졌으며 이듬해 기념일로 지정됐다. 이날은 세종대왕 탄신일(誕辰日)로 ‘이 세상의 모든 스승이 세종대왕처럼 존경받는 시대가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비롯됐다. 스승은 무당을 나타내는 무격(巫覡)에서 ‘여자 무당’을 말한다거나 중(僧)을 나타내는 ‘사승(師僧)’에서 유래됐다는 설이 있다.

우리가 흔히 스승이라 하면 ‘선생(先生)님’을 지칭하는데 先生이라는 단어는 보통 연장자에게 쓰였다. 그러다가 고려시대 이후 학문적으로 덕망이 높은 사람, 혹은 사회적으로 존경받을 만한 사람, 혹은 학예가 뛰어난 사람, 혹은 각 관청과 관아의 전임자를 가리키는 일종의 존칭 또는 경칭으로써 고대사회부터 근대사회까지 오랫동안 사용되던 호칭이었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先生이란 호칭을 영어의 미스터처럼 보편적으로 성인 남자의 성씨, 혹은 본명 뒤에 붙이는 경칭으로 사용하는데, 특정 직업이나 기술 또는 학식이 풍부한 사람에 대해선 별도로 ‘스승 사(師)’를 사용해 ‘노사(老師)’라고 칭한다.

‘사(師)’는 본래 ‘퇴(?)’로만 썼는데 이를 가로로 눕히면 구릉(丘陵)이 돼 ‘작은 언덕’을 그린 것으로 추정된다. 끝없이 펼쳐진 황토 평원에서 구릉의 기능은 홍수를 막아 주기도 하고, 쳐들어오는 적을 조기에 발견해 방어할 수 있도록 해 줬으며 심지어는 하늘과도 통할 수 있는 곳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고대 중국인들은 성(城), 왕릉(王陵) 등을 구릉에 세웠고, 성과 왕릉이 위치한 곳은 반드시 군대의 병졸(兵卒)들이 지키도록 해 ‘군사(軍師)’라는 뜻도 있다. 이후 군대의 ‘지도자’라는 뜻으로 확대돼 ‘스승·모범’이라는 의미로도 사용됐으며 ‘의사(醫師)’처럼 특정 직업이나 전문적인 기술을 가진 사람을 부르는 호칭에 사용되기도 했다.

 

이러한 의미들을 종합적으로 유추해 볼 때 스승이란 경험이 풍부한 지도자로서 인생이라는 험난한 여정에서 우리를 안전하고 이로운 곳으로 안내해 줄 한 줄기 빛 같은 존재이며,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옳은 방향으로 인도하는 북두칠성 같은 든든한 존재라 생각한다. 즉, 스승의 역할은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하더라도 기본적인 책무와 교육자로서의 소명 의식에는 변함이 없어야 한다. 오늘날 우리의 삶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 줄 수 있는 나침반 같은 참된 스승(師)이 더욱더 절실히 필요해지고 있다.

 

곽현숙 경성대 한국한자연구소 HK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