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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이징

bindol 2022. 5. 20. 07:48

뇌이징

중앙일보

서정민 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차장

 

최근 한 온라인 잡지가 신제품을 소개하면서 이런 부제를 달았다. ‘이것도 뇌이징될까?’ 해당 제품은 샛노란 병아리색 양말에 고무 밑창을 단 듯한 디자인의 니트 운동화였다. 사진을 처음 보았을 때는 ‘고작 니트 소재인데 격렬한 운동 시 발을 제대로 잡아줄까’ 의심부터 들었지만, 색깔과 디자인이 독특해서 자꾸 눈이 갔다.

‘뇌’와 ‘에이징’을 합성한 신조어 ‘뇌이징’은 처음엔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볼수록 끌리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이때 사용된 ‘에이징(aging)’의 사전적 의미는 노화지만, 라이프 스타일 분야에선 ‘길들이다’라는 확장된 표현으로 쓰이기도 한다. 처음엔 뻣뻣했던 가죽 또는 청(데님) 제품을 오래 사용해서 적당히 손때 묻은 컬러와 부드러운 질감을 갖도록 만드는 게 바로 에이징이다. 오디오 마니아 사이에선 새로 산 음향기기를 내 귀에 익숙한 상태로 길들이기 위해 저출력부터 고출력까지, 차례로 한 가지 음역대의 소리를 오랫동안 유지하면서 진동판을 활성화하는 작업을 일컫는다.

애플의 이어폰 제품인 '에어팟'. 사진 인터넷 캡처

요즘 젊은이가 좋아하는 대표적인 뇌이징 제품은 애플의 이어폰 제품인 ‘에어팟’(사진)이다. 처음 출시됐을 때는 “콩나물”이라고 비웃음을 샀지만 이젠 MZ세대의 상징처럼 사랑받고 있다.

엄청난 물량의 광고로 밀어붙이는 대기업 마케팅을 생각하면 소비재의 ‘뇌이징’은 우리 뇌가 부지불식간에 세뇌당하는 현상일지도 모른다. 다만, 천천히 오래 자꾸 보면서 상대의 장점을 찾아가는 태도는 바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바람직할 수 있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고은 시인의 ‘그 꽃’처럼 말이다.

 

서정민 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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